드라마를 보다 보면 꼭 가장 궁금한 순간에 한 회가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려는 순간 화면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주인공이 중요한 문을 열자마자 엔딩 음악이 나오기도 합니다. 누군가 충격적인 사실을 말하려는 순간 “다음 회에 계속”으로 넘어가기도 하지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꽤 얄밉습니다.
“아니, 왜 하필 여기서 끝나는 거야?”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바로 그 순간부터입니다.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머릿속에서는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문 뒤에는 누가 있었을까?”
“저 사람은 정말 배신한 걸까?”
“다음 회에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처럼 끝나지 않은 일이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완료된 것보다 머릿속에 더 오래 남는 경향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심리학 개념이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입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중단되거나 완료되지 않은 과제가 완료된 과제보다 더 잘 기억되는 경향으로 정의합니다. 이 개념은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이 1927년 발표한 연구에서 유래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주의점이 있습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미완성된 것은 무조건 기억에 오래 남는다”라는 공식처럼 받아들이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후속 연구에서는 상황과 과제의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자이가르닉 효과란 정확히 무엇이고, 왜 드라마·웹툰·공부·직장생활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일까요?
1. 자이가르닉 효과란 무엇일까요?
자이가르닉 효과는 영어로 Zeigarnik effect라고 합니다.
핵심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완료된 과제보다 중단되거나 완료되지 않은 과제가 기억에 더 잘 남는 경향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다섯 가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메일 답장을 보냈으며, 회의 자료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작성하던 기획서는 절반 정도 쓴 상태에서 퇴근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어떤 일이 가장 많이 떠오를까요?
이미 끝낸 이메일보다
“아, 기획서 마저 써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더 자주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경험이 자이가르닉 효과를 설명할 때 자주 활용됩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아직 목표가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계속 활성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자이가르닉 효과는 어떻게 발견되었을까요?
이 개념의 이름은 리투아니아 태생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 1901~1988)에서 왔습니다.
자이가르닉은 게슈탈트 심리학과 쿠르트 레빈(Kurt Lewin)의 영향을 받은 연구자였습니다.
1927년 자이가르닉은 사람들이 완료한 과제와 완료하지 못한 과제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실험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퍼즐이나 계산, 손을 이용하는 작업 등 여러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일부 과제는 끝까지 수행하도록 했지만, 다른 과제는 중간에 의도적으로 중단시켰습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어떤 과제를 수행했는지 떠올려 보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자이가르닉은 중단된 과제가 완료된 과제보다 더 잘 회상되는 경향을 관찰했습니다. 오늘날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이가르닉 효과의 출발점입니다. APA 역시 이 현상이 1927년 자이가르닉에 의해 기술됐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를 이야기할 때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자이가르닉이 식당 종업원들이 아직 계산하지 않은 손님의 주문은 잘 기억하면서도 계산을 마친 주문은 금방 잊는 모습을 관찰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일화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설명할 때 매우 자주 등장합니다. 다만 학문적으로 글을 쓸 때는 일화 자체보다 1927년 발표된 실험 연구가 핵심 근거라는 점을 구분해서 보는 편이 좋습니다.
3. 왜 끝내지 않은 일이 계속 생각날까요?
초기의 설명에는 쿠르트 레빈의 심리적 긴장(psychological tension) 개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떤 목표를 세우면 마음속에 일종의 긴장 상태가 만들어지고, 목표를 완수하면 긴장이 해소된다는 설명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목표 설정 → 심리적 긴장 → 과제 수행 → 목표 달성 → 긴장 해소
반면 일이 끝나지 않으면 목표가 열린 상태로 남습니다.
목표 설정 → 과제 중단 → 미완성 상태 → 목표 관련 생각 지속
컴퓨터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완료한 일은 파일을 저장하고 프로그램을 종료한 것에 가깝습니다.
반면 끝내지 않은 일은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과 비슷합니다.
물론 인간의 기억이 실제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작동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이해를 위한 비유입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설명하면서 고전적인 ‘심리적 긴장’뿐 아니라 목표 활성화(goal activation), 기억 접근성, 주의, 동기, 침투적 사고 등 다양한 과정을 함께 살펴봅니다.
4. 그래서 드라마는 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끝날까요?
이제 제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법 가운데 하나가 클리프행어(cliffhanger)입니다.
클리프행어는 중요한 갈등이나 사건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회나 이야기를 끝내는 서사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장면입니다.
주인공이 금고를 열었는데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검사가 범인의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장면이 끝납니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났는데 한 사람이 “사실 내가 너한테 숨긴 게 있어”라고 말한 뒤 엔딩이 나옵니다.
이때 시청자의 머릿속에는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지?”
바로 이 미완성 상태가 다음 회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키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Schibler, Hahn, Green이 수행한 두 실험에서는 클리프행어로 끝난 이야기를 접한 참가자들이 일부 해결형 결말을 본 참가자보다 후속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는 욕구를 더 강하게 보고했습니다. 다만 클리프행어가 즐거움이나 서스펜스를 항상 더 높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클리프행어 자체가 곧 자이가르닉 효과는 아닙니다.
클리프행어의 효과에는 여러 심리 과정이 함께 관여합니다.
미완성된 정보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서스펜스,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적 관여, 불확실성, 다음 사건에 대한 기대 등이 함께 작용합니다.
따라서
“드라마가 절정에서 끝나는 이유는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이다.”
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자이가르닉 효과는 클리프행어가 우리의 관심을 유지하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심리적 설명 가운데 하나다.”
라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5. 웹툰과 유튜브에서도 같은 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웹툰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 회 마지막에 갑자기 문이 열립니다.
등장인물이 놀라면서 말합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그리고 회차가 끝납니다.
독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바로 해결되지 않은 정보가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동기가 됩니다.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사용됩니다.
영상 초반에 결과를 모두 보여주지 않고
“그런데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라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유튜브의 경우에는 자이가르닉 효과 외에도 호기심 격차(curiosity gap)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알고 싶은 정보 사이에 빈틈이 생기면 그 빈틈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상 콘텐츠의 시청 지속을 설명할 때도 자이가르닉 효과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여러 심리 메커니즘을 함께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6. 자이가르닉 효과는 공부에도 활용할 수 있을까요?
자이가르닉 효과는 학습법을 설명할 때도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공부하다가 한 과목을 완전히 끝내지 않고 다음에 시작할 지점을 남겨두면 다시 공부할 때 접근하기 쉬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조심해야 합니다.
“공부를 일부러 중간에 끊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라는 식으로 일반화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모든 사람과 모든 과제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법칙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생활에서 더 유용한 방법은 다음 학습의 구체적인 시작점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책을 덮기 전에
“내일 132쪽의 사례 2부터 읽기”
라고 적어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날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
“어디부터 해야 하지?”
라고 고민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여기에는 자이가르닉 효과뿐 아니라 계획 수립과 목표 관리 효과도 함께 작동할 수 있습니다.
7. 직장에서는 왜 퇴근한 뒤에도 일이 떠오를까요?
자이가르닉 효과가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장소 가운데 하나가 직장입니다.
퇴근은 했는데 계속 이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보고서 수치 하나를 확인하지 않았는데.”
“아까 보낸 이메일에 첨부파일을 넣었나?”
“내일 회의 자료를 아직 다 못 만들었는데.”
최근 연구에서도 미완성 업무와 퇴근 후 업무 관련 사고 사이의 관련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6년 발표된 Wendsche, Weigelt, Syrek의 메타분석은 개인 간 수준에서 17개 연구, 2,473명, 개인 내 수준에서 14개 연구의 12,129개 관찰을 종합했습니다. 연구 결과 미완성 업무는 퇴근 후 업무 관련 사고와 정적으로 관련되었고, 특히 정서적 반추와의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에서 보고한 평균 상관은 개인 간 수준에서 약
\(\rho = .382\)
개인 내 수준에서 약
\(\rho = .247\)
였습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와 같지 않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완성 업무가 퇴근 뒤에도 생각을 붙잡아 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8. 해결책은 모든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것일까요?
현실적으로 모든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프로젝트는 며칠 또는 몇 달 동안 계속될 수 있고, 보고서도 하루 만에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미완성 업무에 다음 행동을 지정하는 것입니다.
Masicampo와 Baumeister의 연구는 미완성 목표가 다른 과제를 수행할 때에도 침투적 사고나 인지적 간섭을 유발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이런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습니다.
Smit의 연구에서는 끝나지 않은 업무 목표가 퇴근 후 심리적 분리를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고,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업무를 이어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 심리적 분리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 못함”
이라고 적어두는 것보다
“내일 오전 9시 30분에 통계표 3을 먼저 검토하고, 이후 결론 2문단 작성”
이라고 구체적으로 기록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머릿속에 기억해야 할 일을 남겨두지 않고 외부의 계획 시스템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9. 자이가르닉 효과와 클리프행어는 어떻게 다를까요?
두 개념은 자주 함께 언급되지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구분 | 자이가르닉 효과 | 클리프행어 |
|---|---|---|
| 분야 | 심리학 | 문학·드라마·콘텐츠 서사 |
| 핵심 | 미완성 과제가 기억에 남는 경향 |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내는 기법 |
| 주요 대상 | 기억·목표·과제 | 이야기·시청자·독자 |
| 대표 상황 | 끝내지 않은 일이 계속 떠오름 | 범인이 밝혀지기 직전 회차 종료 |
| 관계 | 심리적 설명 가능 | 자이가르닉 효과와 연결될 수 있음 |
| 주의점 | 모든 상황에서 동일하지 않음 | 효과를 자이가르닉 효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음 |
정리하면,
자이가르닉 효과는 심리적 현상이고, 클리프행어는 서사 기법입니다.
클리프행어는 미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어 시청자의 관심을 유지하기 때문에 자이가르닉 효과와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0. 자이가르닉 효과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
호기심 격차
호기심 격차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의 정보 차이에서 발생하는 호기심을 설명합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정보 격차가 있으면 답을 알고 싶어집니다.
자이가르닉 효과와 비슷해 보이지만 초점이 다릅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완료되지 않은 과제와 기억에 초점을 두고, 호기심 격차는 부족한 정보와 알고 싶은 욕구에 초점을 둡니다.
서스펜스
서스펜스는 앞으로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긴장과 기대입니다.
주인공이 폭탄을 해체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클리프행어는 서스펜스를 다음 회까지 연장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반추
반추는 특정 문제나 경험에 관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끝내지 못한 업무가 퇴근 후에도 계속 생각나는 경우 자이가르닉 효과와 업무 반추 연구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심리적 분리
심리적 분리는 퇴근 후 업무 관련 생각에서 정신적으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완성 업무가 많을수록 업무로부터 심리적으로 분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11. 자이가르닉 효과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
“미완성된 일은 무조건 더 잘 기억된다?”
그렇지 않습니다.
APA의 정의도 ‘경향(tendency)’으로 설명합니다.
자이가르닉 효과에 관한 후속 연구들은 원래 결과가 모든 조건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미완성 과제는 완료 과제보다 기억에 더 잘 남을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일을 일부러 중단하면 기억력이 좋아질까?”
그렇게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과제를 중단하면 집중 흐름이 깨질 수도 있고, 복잡한 업무에서는 오히려 수행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공부법이나 생산성 기법으로 활용하려면 의도적인 중단 그 자체보다 다음 행동을 명확히 정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입니다.
“클리프행어는 무조건 다음 회를 보게 만든다?”
그 역시 과장된 해석입니다.
2024년 《Media Psychology》에 게재된 Schibler 등의 연구에서는 클리프행어 집단이 후속 이야기를 원하는 경향은 더 강했지만, 즐거움과 서스펜스에서 항상 더 높은 점수를 보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콘텐츠의 재미, 등장인물에 대한 몰입, 이야기의 질, 시청자의 취향 같은 요소도 매우 중요합니다.
12. 일상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자이가르닉 효과를 생활 속에서 활용한다면 “일을 일부러 미완성 상태로 만들어라”보다 다음과 같이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논문 작성”
보다
“내일 오전 10시에 선행연구 3편의 연구가설 정리”
라고 적는 편이 좋습니다.
둘째, 긴 업무를 작게 나누세요.
큰 프로젝트는 계속 미완성 상태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보고서 완성”을 목표로 잡기보다
자료 수집 → 표 작성 → 결과 해석 → 결론 작성
처럼 세분화하면 완료 경험을 더 자주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 퇴근 전에 미완성 업무를 기록하세요.
머릿속에서 계속 기억하려고 하지 말고 다음날 할 일을 외부 시스템에 저장하는 것입니다.
넷째, 콘텐츠를 볼 때도 구조를 관찰해 보세요.
드라마, 웹툰, 유튜브를 보다 보면 “왜 여기에서 끊었을까?”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이가르닉 효과, 클리프행어, 서스펜스, 호기심 격차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13. 자이가르닉 효과는 정말 믿을 만한 심리학 효과일까요?
여기에서 학문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오랜 역사를 가진 심리학 개념이고 지금도 APA 심리학 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실험과 모든 상황에서 강하게 재현되는 보편적 법칙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제의 난이도, 성공 가능성, 개인의 동기, 중단의 방식, 목표의 중요성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전적 형태의
“중단된 과제 → 기억력 증가”
라는 한 줄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미완성 목표가 왜 계속 생각나는가, 목표 관련 정보가 어떻게 활성화되는가, 퇴근 후 업무 반추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같은 방향으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2026년 메타분석이 미완성 업무와 퇴근 후 사고의 관련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도 이런 흐름에 해당합니다.
결론
드라마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끝나면 우리는 다음 장면을 마음속으로 계속 상상합니다.
보고서를 완성하지 못하고 퇴근하면 집에서도 그 일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읽던 소설을 흥미로운 부분에서 멈추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이런 경험을 이해하는 데 자이가르닉 효과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완료되지 않은 과제나 중단된 일이 완료된 것보다 기억에 더 잘 남을 수 있다는 심리적 경향입니다.
하지만 모든 미완성 과제가 항상 더 잘 기억되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의 클리프행어 역시 자이가르닉 효과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서스펜스, 호기심, 감정적 몰입, 정보 격차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동합니다.
그럼에도 자이가르닉 효과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메시지는 꽤 현실적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완료’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에 민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일을 완전히 끝내는 것만큼이나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이어서 할 것인가”
를 분명히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드라마 제작자는 바로 그 빈틈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궁금할 때,
화면이 꺼집니다.
오늘 기억할 한 문장
자이가르닉 효과는 끝내지 못한 일이나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완료된 것보다 기억과 생각 속에 더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심리적 경향입니다.
참고자료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Zeigarnik Effect」, APA Dictionary of Psychology.
Zeigarnik, B., 「Das Behalten erledigter und unerledigter Handlungen」, Psychologische Forschung, 1927.
Masicampo, E. J. & Baumeister, R. F., 「Consider It Done! Plan Making Can Eliminate the Cognitive Effects of Unfulfilled Goal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11, 101, 667–683, DOI: 10.1037/a0024192.
Smit, B. W., 「Successfully Leaving Work at Work: The Self-Regulatory Underpinnings of Psychological Detachment」, Journal of Occupational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2016.
Schibler, K., Hahn, L. & Green, M. C., 「Investigating Responses to Narrative Cliffhangers Using Affective Disposition Theory」, Media Psychology, 2024, 27(1), 1–25.
Wendsche, J., Weigelt, O. & Syrek, C. J., 「Unfinished Work Tasks and Work-Related Thoughts During Off-Job Time: Meta-analysis of the Zeigarnik Effect in a Work-Recovery Context」,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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