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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그림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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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과예산의 핵심 제도 GPRA·PART·GPRMA 비교분석: 예산과 성과정보는 어떻게 결합되었나

GPRA·PART·GPRMA로 보는 미국 성과예산의 진화. 법제화, 프로그램평가, CAP목표와 공개데이터까지 비교해 예산과 성과의 연결 방식, 장단점, 한국 정책 시사점을 정리합니다. 연도별 흐름표와 용어사전 포함, 연구·실무에 바로 활용하세요. 지금

연방정부 예산서류와 성과지표

핵심 요약

미국은 성과주의에 기반한 예산개혁을 추진하면서 GPRA(1993), PART(2002~2007), GPRMA(2010 제정·2011 서명/발효 체계로 널리 정리)라는 성과관리 장치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GPRA는 기관 단위 목표·지표·보고를 법제화해 책임성과 투명성의 기본 골격을 세웠고, PART는 OMB 주도의 프로그램 단위 평가도구로 표준화와 비교 가능성을 높이며 예산심사에 성과정보를 끌어들이려 했습니다. 이어 GPRMA는 범정부 우선과제(CAP 목표), 정기 점검 리듬, 공개 데이터(기계 판독 가능 형식)까지 결합해 성과관리의 현대화를 목표로 했습니다. 다만 세 제도 모두 지표 타당성, 행정비용, 정치적 의사결정과의 결합, 데이터 품질이라는 과제를 공유했습니다. 글 말미에는 한국의 예산·성과관리 설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책 시사점과 주의점을 촘촘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미국의 예산제도를 공부하다 보면 “예산은 숫자이고 성과는 삶이다”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예산서에 적힌 지출 항목이 늘어난다고 해서 시민이 체감하는 공공서비스의 질이 함께 좋아진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1990년대부터 예산과정을 ‘투입 중심’에서 ‘결과 중심’으로 옮겨가려는 제도 개혁을 이어 왔고, 그 과정에서 GPRA, PART, GPRMA라는 세 갈래의 성과관리 제도가 핵심 기둥 역할을 맡았습니다.

세 제도는 모두 “성과정보를 예산과정에 반영해 정부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공유합니다. 그러나 제도 성격(법률인지, 행정부 도구인지), 운영 단위(기관인지, 프로그램인지), 접근 방식(상향식인지, 하향식인지), 성과정보를 예산결정으로 연결하는 방식에서 설계 철학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면 미국 사례를 단순한 해외 제도 소개가 아니라, 한국형 성과예산·성과관리 체계를 설계할 때 참고할 ‘장점과 부작용의 지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성과예산을 읽는 최소한의 분석 틀을 잡아보겠습니다. 성과정보가 예산결정에 영향력을 가지려면 (1)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2) 지표가 목표를 제대로 대리해야 하며, (3) 자료가 신뢰 가능해야 하고, (4) 성과정보가 의사결정 규칙과 관행 속으로 실제 들어가야 합니다. 공공부문에서 효율성 논의를 가장 간명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text{효율성(Efficiency)}=\dfrac{\text{산출(Output)}}{\text{투입(Input)}}\)

다만 공공정책에서 ‘산출’과 ‘결과’는 항상 숫자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예방접종처럼 단기 지표가 있는 분야도 있지만, 차별 감소나 신뢰 회복처럼 장기·다차원 성과가 중요한 영역도 존재합니다. 성과관리 제도는 그 복잡성을 줄여서 관리 가능한 언어로 바꾸는 장치이므로, 설계가 정교할수록 정책 운영의 방향이 또렷해지고, 설계가 거칠수록 보고서가 늘어나도 현장 변화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GPRA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GPRA의 개념과 특징: 성과관리의 법제화와 기관 자율의 출발점

GPRA(Government Performance and Results Act)는 1993년에 제정된 법률로, 연방정부 각 기관이 성과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제도적 기반입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납세자 관점에서 “세금 부담에 비해 정부가 무엇을 성취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불만이 커졌고, 재정 운영의 책임성과 성과 공개 요구가 강해졌습니다. GPRA는 이 문제의식에 대한 정책적 응답으로 등장했습니다.

GPRA가 요구한 핵심 산출물은 전략계획서, 연간 성과계획서, 연간 성과보고서입니다. 기관은 중장기 전략계획을 세워 임무와 목표를 명확히 하고, 매년 성과계획으로 연도별 목표와 성과지표를 제시하며, 연간 성과보고서로 목표 대비 실적과 차이를 분석해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합니다. 구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계획(Plan)–측정(Measure)–보고(Report)–학습(Learn)”의 고리를 법률로 고정한 방식입니다.

GPRA 운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틀은 ‘목표 설정–성과 측정–성과 보고’라는 3단계입니다. 목표 설정 단계에서는 무엇을 달성할지, 어떤 활동과 핵심 과정이 필요한지, 자원을 어떤 방향으로 배치할지의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성과 측정 단계에서는 목표 달성 여부를 판별할 지표를 고르고, 자료를 수집하며, 측정 방법을 정합니다. 성과 보고 단계에서는 수집된 성과정보로 달성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보고하며, 다음 계획에 반영합니다. 보고 단계가 단순 제출로 끝나지 않고 예산심의 언어로 번역될 때, 성과정보는 ‘문서’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근거’로 기능하게 됩니다.

GPRA의 강점은 첫째, 법률 기반이라는 점에서 제도 지속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데 있습니다. 행정부 내부 캠페인이나 일회성 행정개혁이 아니라, 기관이 성과관리를 해야 할 의무를 제도적으로 고정했습니다. 둘째, 기관이 스스로 목표와 지표를 개발하도록 한 상향식 설계를 통해 정책영역의 다양성과 기관 특성을 반영할 여지를 두었습니다. 셋째, 성과보고서를 공개하고 의회와 대통령에 제출하도록 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민·언론·학계의 감시와 참여를 촉진하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GPRA의 난점도 분명했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효과적인 성과측정 방법과 지표 설정, 예산 편성과의 연계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충분히 촘촘하지 못해 기관별 역량 차이가 곧 지표 품질 차이로 나타날 가능성이 컸습니다. 어떤 기관은 측정이 쉬운 산출 위주의 지표에 머물러 결과지향 관리가 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어떤 기관은 과도하게 복잡한 지표 체계를 만들어 현장 부담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보고가 풍부해졌는데, 정책의 질이 함께 좋아졌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지점과 연결됩니다.

PART의 개념과 특징: 프로그램 단위 하향식 평가도구의 등장

PART(Program Assessment Rating Tool)는 GPRA를 보완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운영한 평가도구입니다. GPRA가 기관 단위 계획·보고 체계에 무게를 두었다면, PART는 개별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더 직접적인 진단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릅니다. 운영의 중심에는 OMB(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관리예산처)가 있었고, OMB가 평가 설계를 주도하면서 표준화된 질문지(약 25~30문항)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등급화했습니다.

PART의 질문지는 네 범주로 구성됩니다. 프로그램 목적과 설계, 전략기획, 프로그램 관리, 프로그램 결과와 책임성입니다. 이 구조는 “목적이 타당한가–전략이 정교한가–운영이 관리되고 있는가–성과와 책임이 확인되는가”를 한 묶음으로 점검하려는 의도입니다. 평가 결과는 등급 형태로 제시되었고, 예산요구안을 심사할 때 참고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PART는 예산과 성과를 연결하려는 목적을 표면에 강하게 드러냈고, 자원배분 합리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PART의 강점은 비교 가능성과 표준화입니다.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부처에 흩어져 있을 때, 같은 틀로 평가하면 의회와 행정부는 상대적 효율성과 성과를 비교하기 쉬워집니다. 또한 프로그램 단위 점검은 기관 전체 수준에서 놓치기 쉬운 집행의 구체 문제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예산심사 과정에서 “성과가 어떤 자료로 확인되는가”라는 질문을 제도적으로 습관화하려 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반면 PART에 대한 비판도 많았습니다. 정책 프로그램은 목적과 대상, 인과 구조가 제각각이라 동일 질문지가 모든 영역에서 똑같이 타당하게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획일 기준을 적용할수록 특수성이 손상될 수 있고, 자료 제출과 평가 준비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 행정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설문형 평가도구는 문항 해석 과정에서 평가자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일관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평가 점수가 예산을 자동으로 결정하지는 않았으므로, 정치적 우선순위와 이해관계가 예산결정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미국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성과지표와 평가등급이 존재해도 예산결정은 정치적 과정이며, 성과정보는 자동 배분의 ‘스위치’라기보다 협상과 설득의 ‘언어’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PART는 그 언어를 더 명시적으로 만들려 했지만, 프로그램의 정치적 상징성과 이해관계의 두께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GPRMA의 개념과 특징: 현대화, 공개, 범정부 조정의 결합

GPRMA(GPRA Modernization Act)는 1993년 GPRA를 현대화하고 성과관리 체계를 개선·보완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법률로 정비된 제도입니다. 실무·문헌에서는 2010년 제정(Act 통과)과 2011년 1월 4일 대통령 서명·공포 체계로 함께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 연도 표기는 맥락에 따라 병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GPRMA는 GPRA의 기본 원칙과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범정부 우선과제, 정기 점검 리듬, 공개 데이터”를 결합해 성과관리의 실행력을 높이려 했습니다.

GPRMA의 핵심 변화 가운데 널리 언급되는 장치는 Cross-Agency Priority(CAP) 목표입니다. CAP 목표는 여러 기관에 걸친 국가적 우선과제를 설정하고, 4년 단위 결과지향 목표로 관리하도록 요구합니다. 공공문제는 단일 기관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과 조정을 제도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성과정보의 공개성과 접근성 강화입니다. 기관은 전략계획과 성과계획을 공개하고,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보고하도록 요구받았습니다. 이 방식은 보고서 PDF를 올리는 수준을 넘어, 시민·학계·언론이 성과정보를 재분석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반을 확장하려는 방향입니다. 성과정보가 공개될수록 책임성 압력이 강해지고, 그 압력이 성과관리의 내부 동기를 보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GPRMA는 성과관리의 운영 리듬도 강조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보고서 제출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목표 달성도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성과관리의 ‘주기성’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주요 과제와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책임자와 담당자를 지정해 책임성 구조를 분명히 하려 했습니다. 기관 간 협력과 조정을 강조한 점도 GPRMA의 특징입니다. 상향식 자율성과 하향식 조정을 결합해, GPRA와 PART에서 드러난 장점을 함께 담아내려는 절충적 설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과목표, 지표, 데이터, 예산결정이 화살표로 연결된 성과예산 흐름도
항목
GPRA(1993) 기관 단위 성과관리 법제화(전략계획·연간성과계획·성과보고)
PART(2002~2007) OMB 주도 프로그램 단위 평가도구(25~30문항, 4범주, 등급화)
GPRMA(2010/2011 체계로 널리 정리) GPRA 현대화 + CAP 목표 + 공개·정기 점검 + 기계판독 보고
예산 연계 방식의 핵심 차이 GPRA: 연계 지향 / PART: 심사 참고 강화 / GPRMA: 범정부 조정과 루프 강화

표 1은 세 제도의 정체성을 가장 빠르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핵심 문장만 남겨 정리한 것입니다. GPRA는 법률로 기관 성과관리 체계를 고정했고, PART는 프로그램 단위 평가를 OMB가 주도했으며, GPRMA는 범정부 목표와 공개·점검 체계를 결합해 성과관리의 실행력을 끌어올리려 했습니다.

항목
접근 방식 GPRA: 상향식(기관 자율) / PART: 하향식(OMB 주도) / GPRMA: 혼합(자율+조정)
평가·관리 단위 GPRA: 기관 / PART: 프로그램 / GPRMA: 기관+범정부(CAP)
성과정보의 공개 성격 GPRA: 보고서 공개 / PART: 등급 공개 / GPRMA: 공개+기계판독 데이터 지향
주요 장점 지속성·투명성·비교 가능성·범정부 조정 강화
주요 한계 지표 타당성·행정비용·정치 요인·데이터 품질의 제약

표 2는 비교의 논점을 ‘정책 설계 변수’로 바꿔 보여줍니다. 성과관리 제도를 만들 때 무엇을 중앙에서 표준화하고, 무엇을 기관 자율에 맡길지, 공개와 점검의 리듬을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지에 따라 장점과 부담이 함께 달라집니다.

정책 시사점

미국의 GPRA·PART·GPRMA를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정교한 시행착오의 기록’으로 읽으면, 한국의 예산·성과관리 개혁 논의에 훨씬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 시사점은 제도 소개를 넘어, 실제 정책 설계와 운영에서 부딪히는 난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초점을 맞추어 정리했습니다.

첫째, 성과관리의 출발점은 지표 목록이 아니라 목표 구조입니다. GPRA가 기관 전략계획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 조직인가”를 문서로 명확히 만들려는 데 있습니다. 목표가 불분명하면 지표가 많아도 방향이 흐려지고, 목표가 분명하면 적은 지표로도 운영의 초점이 살아납니다. 한국의 성과지표 체계에서도 ‘지표 수를 늘리는 방식’보다 목표의 계층 구조(미션–전략목표–연간목표–핵심지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목표가 예산사업 구조와 연결될 때, 성과정보는 기획재정부·국회 심의 과정에서 설득력을 가지게 됩니다.

둘째, 지표 타당성은 성과주의의 신뢰를 좌우합니다. 공공정책 성과는 종종 장기적이며, 사회·경제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이때 측정이 쉬운 산출 지표에만 의존하면 “열심히 했다는 보고”는 늘어나도 “변화가 확인되는 결과”는 빈약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과지표만 강요하면, 정책의 인과 구조가 복잡한 분야에서 불공정한 평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표 체계는 산출(Output)과 결과(Outcome), 그리고 과정(Process)을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하고, 각 지표가 목표를 어떻게 대리하는지 논리모형(Logic Model)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책효과를 간단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로 사고할 수 있습니다.

\(\text{정책성과(Outcome)} = f(\text{투입}, \text{집행역량}, \text{대상집단 반응}, \text{환경요인})\)

수식은 정책성과가 투입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제도 설계자는 지표를 고를 때 “현장 통제 가능한 요인”과 “외부 환경 요인”을 구분해 해석하는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GPRMA가 위험요인 파악과 책임자 지정 같은 관리 요소를 포함한 것도, 성과를 숫자로만 보지 않고 집행 과정의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의도와 연결됩니다.

셋째, 성과정보가 예산결정으로 이동하려면 ‘활용 규칙’이 필요합니다. PART는 평가등급을 만들었지만, 그 점수가 곧바로 예산을 자동 결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사실은 성과정보가 무용하다는 뜻이 아니라, 예산결정이 다기준·정치적 과정이라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성과정보는 “삭감·증액의 버튼”이라기보다 “심사 질문을 정교하게 만드는 규칙”으로 설계될 때 더 강력합니다. 예컨대 예산요구안 심사에서 (1) 목표의 명확성, (2) 지표와 자료의 신뢰성, (3) 대안 대비 비용 대비 효과, (4) 목표 미달성의 원인과 개선계획을 의무 질문으로 고정하면, 성과정보는 자연스럽게 예산결정의 언어가 됩니다. GPRMA의 정기 점검 리듬은 바로 그 ‘상시 사용 습관’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넷째, 공개와 투명성은 성과관리의 정당성을 강화하지만, 품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역효과도 낳을 수 있습니다. GPRA가 보고서 공개를, GPRMA가 기계판독 형태의 공개를 강조한 이유는 시민과 의회가 정부 활동을 감시하고 학습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지표 정의가 불명확하거나 자료 산출 방식이 기관마다 다르면 공개가 곧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개 확대는 메타데이터(정의, 분모·분자, 측정 주기, 자료 출처), 지표 해설, 비교 시 주의사항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자료는 공개했으니 끝”이 아니라 “자료가 해석 가능한 상태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다섯째, 범정부 목표(CAP) 기반 관리는 협력 거버넌스가 핵심입니다. CAP 목표는 여러 기관이 공동 책임을 지는 국가적 과제를 설정합니다. 이런 구조는 기후, 재난, 보건, 디지털 전환, 취약계층 서비스처럼 부처 경계를 넘어서는 정책영역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협력은 말로만 작동하지 않습니다. 예산권, 사업 소관, 데이터 접근권, 보안, 성과 책임 배분, 성과가 나타나는 시차 같은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CAP 목표를 한국에 적용한다면, 공동 목표 아래 (1) 예산 인센티브, (2) 공동 데이터 표준, (3) 분쟁 조정 절차, (4) 책임 배분 원칙을 함께 설계해야 실행력이 생깁니다.

여섯째, 행정비용을 고려한 ‘지표 다이어트’가 장기적으로 중요합니다. 성과관리 제도는 보고서 작성, 자료 수집, 시스템 구축, 평가 대응이라는 비용을 동반합니다. PART가 강한 표준화를 시도했을 때 “평가 준비에 드는 부담”이 비판으로 연결된 이유도 이 지점입니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성과관리 체계는 핵심지표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추구합니다. 현장이 성과정보를 개선과 학습에 쓰도록 만들려면, 지표 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데이터 품질이 확보되는 지표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일곱째, 성과관리는 리더십과 문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GPRA가 법률로 의무를 부여해도, 기관 내부에서 성과정보를 학습과 혁신의 도구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보고 중심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성과관리 문화가 자리 잡으면, 성과정보는 예산심사뿐 아니라 집행 개선에도 기여합니다. GPRMA가 리더십 구조와 정기 점검을 강조한 이유는 ‘성과를 주기적으로 이야기하는 조직 리듬’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에서도 성과관리의 성과는 제도 도입 자체보다 “성과정보를 운영 개선에 쓰는 습관”이 정착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여덟째, 학술·실무에서 미국 사례를 분석틀로 쓰려면 변수를 분명히 분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1) 법제화 여부, (2) 평가 단위(기관/프로그램/범정부), (3) 접근 방식(상향식/하향식/혼합), (4) 공개 방식(보고서/등급/데이터), (5) 예산 연계 강도(참고/압력/제도 루프)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논문·보고서의 구조가 단단해지고 결론의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GPRA는 법제화와 기관 자율을, PART는 하향식 표준화와 프로그램 평가를, GPRMA는 범정부 조정과 공개·점검 루프를 각각 대표하는 사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CAP 목표처럼 여러 기관이 연결되는 협력 네트워크를 미니멀한 노드 그래프

한계와 주의점

미국의 성과관리 제도는 분명히 많은 교훈을 주지만, 그대로 모방하기에는 주의해야 할 지점도 많습니다. 제도 문구와 실제 작동 사이의 간극, 정책 영역별 측정 가능성 차이, 정치적 의사결정의 영향, 데이터 인프라의 수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성과예산을 해석하고 설계할 때 놓치기 쉬운 핵심 주의점입니다.

첫째, 지표가 정책의 가치를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항상 전제로 삼아야 합니다. 공공정책은 효율성만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형평성, 접근성, 권리 보장, 신뢰, 장기적 역량 축적 같은 가치가 함께 작동합니다. 이런 가치는 정량 지표로 완벽하게 포착하기 어려워서, 성과관리 체계가 ‘측정 가능한 활동’으로 정책을 좁혀버릴 위험이 생깁니다. 이 위험을 줄이려면 정량지표와 함께 정성평가, 현장 사례, 만족도 조사, 서비스 접근성 분석 같은 보완 장치를 병행해야 합니다.

둘째, 자료 품질과 비교 가능성의 문제는 성과관리의 신뢰를 흔듭니다. 같은 지표명이라도 측정 방식이 다르면 비교가 왜곡되고, 그 왜곡이 예산결정에 들어가면 정책 신뢰가 떨어집니다. PART는 표준화를 통해 비교를 돕고자 했지만, 표준화가 지나치면 정책 영역의 특수성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필요한 것은 ‘표준화와 유연성의 균형’입니다. 핵심 정의와 산출 방식은 통일하되, 영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예외 규칙과 설명 책임을 함께 두는 설계가 바람직합니다.

셋째, 성과관리의 행정비용은 숨은 비용이 아니라 핵심 비용입니다.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데이터 시스템 구축비, 평가 대응 비용이 커지면 성과관리 자체가 조직의 부담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장은 개선보다 대응에 집중하게 되고, 성과정보는 현장 혁신의 도구가 아니라 ‘감사 대비 서류’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설계를 위해서는 핵심지표 중심 운영, 자동화된 데이터 수집, 보고서 간소화, 중복 지표 정리가 필요합니다.

넷째, 예산결정은 정치적 과정이며, 성과정보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준 중 하나로 작동합니다. 성과가 낮아도 정책적 필요가 크면 예산이 유지되거나 확대될 수 있고, 성과가 높아도 우선순위가 낮으면 감액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과관리 제도는 “예산을 성과로만 결정하겠다”는 약속보다 “예산심사에서 성과를 반드시 질문하도록 만들겠다”는 규칙을 세우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성과정보의 영향력을 높이려면 의회 심의 절차, 부처 협의 절차, 사업 재설계 절차 속에 성과 질의와 개선계획 제출을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다섯째, 범정부 목표는 공동 책임의 장점이 있으나, 책임 소재가 흐려질 위험도 함께 가집니다. 여러 기관이 함께 책임지는 목표는 협력이 잘 되면 강력하지만, 성과가 미달성될 때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가리기 어려워 책임이 분산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줄이려면 공동 목표 아래 세부 과업을 분해하고, 과업별 책임기관과 성과지표, 일정, 예산을 명확히 묶어야 합니다. CAP 목표를 설계할 때 ‘목표–과업–책임–예산–데이터’가 한 세트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섯째, 성과관리 제도의 효과를 평가할 때 인과관계 해석에 신중해야 합니다. 제도 도입 후 지표가 좋아졌다고 해도, 경기 변화, 기술 변화, 외부 충격, 정책 대상집단의 변화 같은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성과관리 제도의 도입 효과를 검증할 때 비교집단, 시계열 분석, 정책 변경의 자연실험 조건 등을 활용해 인과추론을 강화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블로그 글에서도 “성과지표 개선이 곧 제도 효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경계선을 분명히 그어두면 독자의 신뢰가 높아집니다.

용어 사전

성과예산(Performance Budgeting)

성과예산은 예산 편성·집행·평가 과정에서 투입 규모만 보지 않고, 산출과 결과를 함께 고려해 자원을 배분하려는 접근입니다. 중요한 이유는 예산이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성과예산은 ‘성과가 높으면 예산이 늘고 성과가 낮으면 예산이 줄어든다’는 기계적 규칙으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실제 운영에서는 성과정보가 예산협상과 심사 과정에서 질문을 정교하게 만들고, 책임성과 개선계획을 요구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성과예산을 설계할 때는 성과정보의 생산뿐 아니라, 성과정보가 예산결정에 들어가는 절차와 관행까지 함께 설계해야 실효성이 생깁니다.

성과지표(Performance Indicator)

성과지표는 목표 달성 여부를 관찰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측정 도구입니다. 지표는 산출(Output), 결과(Outcome), 과정(Process)으로 나뉠 수 있고, 공공정책에서는 결과지표가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과지표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해석이 어렵고, 산출지표는 측정이 쉬운 대신 정책 가치의 핵심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성과지표 체계는 ‘측정 가능성’과 ‘정책적 중요성’을 균형 있게 담아야 하며, 지표가 목표를 어떻게 대리하는지 논리모형과 자료 정의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성과관리는 신뢰를 잃고 보고서 중심 운영으로 흐를 위험이 커집니다.

상향식 접근(Bottom-up)과 하향식 접근(Top-down)

상향식 접근은 기관이나 현장이 목표와 지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정책영역의 특수성과 현장 적합성을 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기관 역량 차이가 지표 품질 차이로 이어질 수 있어 비교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향식 접근은 중앙 기관이 기준과 틀을 제공하거나 평가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표준화와 비교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준이 획일화되면 프로그램 목적과 맥락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GPRMA는 두 접근의 장점을 함께 살리려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실제 설계에서는 표준화할 요소(정의·데이터)와 자율에 맡길 요소(영역 특화 지표)를 구분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OMB(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는 미국 행정부에서 예산 편성·집행 관리와 성과관리 조정, 규제 검토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입니다. PART는 OMB가 평가도구를 설계하고 운영을 주도한 대표 사례로, 성과정보를 예산심사 과정에 끌어들이려는 중앙 조정의 힘을 보여줍니다. OMB의 역할을 이해하면 성과관리 제도가 기술적 장치에 머물지 않고, 권한 배분과 조정 메커니즘의 문제로 확장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제도 설계에서도 ‘누가 기준을 만들고 누가 데이터를 관리하며 누가 개선을 요구하는가’라는 거버넌스 질문이 핵심이 됩니다.

CAP 목표(Cross-Agency Priority Goals)

CAP 목표는 여러 기관에 걸친 범정부 우선과제를 설정하고, 공동 목표와 지표를 통해 실행을 관리하려는 장치입니다. 공공문제는 부처 경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 협력이 필수인데, 협력은 선언만으로 자동 작동하지 않습니다. CAP 목표는 공동 목표를 제도화함으로써 협력의 장점을 살리려는 접근이며, 동시에 데이터 공유, 책임 배분, 예산 인센티브 설계 같은 난제를 동반합니다. CAP 목표를 성공시키려면 목표–과업–책임기관–예산–데이터가 한 세트로 움직이도록 설계해야 하고, 목표 미달성 시 개선계획과 조정 절차가 현실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예산서(숫자)와 정책성과(아이콘)가 함께 있는 미니멀한 화이트보드

세 제도는 ‘성과정보의 예산화’를 향한 단계적 진화였습니다

미국은 성과주의의 흐름 속에서 GPRA, PART, GPRMA를 통해 예산과 성과정보의 결합을 계속 실험해 왔습니다. GPRA는 성과관리의 기본 골격을 법률로 세워 기관이 목표를 세우고 측정하고 보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PART는 OMB 주도의 프로그램 단위 평가도구로 표준화와 비교 가능성을 높이며 예산심사에서 성과정보의 존재감을 강화하려 했습니다. GPRMA는 GPRA를 현대화하고 범정부 목표(CAP)와 공개·정기 점검의 리듬을 결합해 성과관리의 실행력과 조정력을 높이려 했습니다.

세 제도는 서로 대체 관계라기보다, 앞선 제도의 한계를 학습하며 설계를 조정해 온 ‘개선의 단계’로 이해하는 편이 설득력이 큽니다. 동시에 공통 과제도 선명합니다. 지표 타당성과 데이터 품질, 행정비용 관리, 정치적 의사결정과의 결합 방식이 핵심입니다. 결국 성과관리의 성패는 “지표를 만들었다”에서 끝나지 않고, 성과정보가 예산결정의 질문과 개선계획으로 실제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 사례는 그 현실을 정직하게 보여주며, 한국의 성과예산·성과관리 체계를 더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 좋은 참고점이 되어 줍니다.

참고문헌 

1) U.S. Government Publishing Office (GovInfo), Public Law 111-352(GPRA Modernization Act): https://www.govinfo.gov/app/details/PLAW-111publ352

2)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Legislative Bulletin(2011-01-04, GPRA Modernization Act): https://www.ssa.gov/legislation/legis_bulletin_010411R.html

3) White House Archives(Obama), OMB Circular A-11 Section 220(성과관리·CAP 목표 관련):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sites/default/files/omb/assets/a11_current_year/s220.pdf

4) 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GAO), Cross-Agency Priority Goals 관련 보고서(최근판): https://www.gao.gov/

5) George W. Bush White House Archives, OMB PART Guidance(PDF): https://georgewbush-whitehouse.archives.gov/omb/performance/

6)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OMB), Performance & Results 관련 자료: https://www.whitehouse.gov/omb/

7) Government Performance and Results Act 개요(연혁·구조 요약): https://en.wikipedia.org/wiki/Government_Performance_and_Results_Act

8) Program Assessment Rating Tool 개요(운영기간·구조 요약): https://en.wikipedia.org/wiki/Program_Assessment_Rating_T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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