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이미지 제공: Igniel
미소의 그림같은 삶
미소의 그림같은 삶

[전래동화 이야기] 개가 된 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 산에 든 소년이 신령의 조언과 용기로 위기를 넘고, 끝내 용서로 새로운 관계를 여는 전래동화 ‘개가 된 범’.
옛이야기에는 “가족을 지키는 마음”이 삶의 뿌리처럼 자주 등장합니다. ‘개가 된 범’도 그 흐름 위에 서 있어요.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효심 하나로 산에 들어가고, 두려움을 이겨 내며, 마침내 뜻밖의 “화해”까지 만나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이 동화가 오래 남는 까닭은, 소년이 혼자서만 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시험, 신령님의 조언, 처녀와 마을 사람들의 사연이 이어지며 ‘용기’가 ‘협력’으로 커집니다. 그리고 끝에서는 원수였던 존재가 ‘지킴이’가 되는 변화를 보여 줍니다.

개가 된 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내가 지키고 싶은 건 무엇일까?”, “힘이 생겼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런 질문을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전래동화입니다.

전래동화 : 개가 된 범

깊고도 깊은 산이 있는 마을에, 어머니와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소년의 아버지는 용맹한 포수였지만,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지요.
개가 된 범

소년은 자라면서 자주 놀림을 받았습니다.
“아버지 없는 아이!”
그 말이 들릴 때마다 소년은 입술을 꼭 다물고, 속으로 눈물을 삼켰어요.

개가 된 범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열다섯이 되자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네 아버지는 사냥을 나갔다가… 호랑이를 만나고 말았단다.”

소년의 눈이 번쩍 뜨였어요.
“어머니, 제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습니다!”

개가 된 범

하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마음은 기특해도, 호랑이를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내가 내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어머니는 물동이를 가리켰습니다. 물동이 위에는 쪽박이 올려져 있었고, 쪽박 속엔 바늘 하나가 들어 있었지요.
“저 바늘을 활로 맞혀 보아라.”

개가 된 범

소년은 숨을 고르고 활시위를 당겼어요.
슝!
화살이 바늘을 딱 맞혔습니다.

어머니는 한 번 더 시험을 내었습니다.
“이번에는… 내 이마에 좁쌀을 올릴 테니 그걸 맞혀 보아라.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내가 다치겠지.”

개가 된 범

소년의 손끝이 잠깐 떨리는 듯했어요.
하지만 소년은 눈빛을 단단히 고정하고, 천천히 활을 당겼습니다.

슝!
좁쌀이 톡— 하고 튀어 올랐어요.

어머니는 길게 숨을 내쉬고, 소년의 어깨를 꼭 잡았습니다.
“그래… 네가 준비가 된 것 같구나. 다만, 마음을 놓지 말고 꼭 돌아오너라.”

개가 된 범

소년은 활과 화살을 메고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루 종일 길을 찾고 또 찾다가, 저녁 무렵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어요.

가까이 가 보니 대문이 무려 열두 개나 달린 큰 집이었습니다.
소년이 문을 두드리며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지요.

개가 된 범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간 소년은 문을 하나씩 열어 보았습니다.
열한 번째 문을 여는 순간, 눈물 자국이 선명한 처녀가 앉아 있었어요.

“무슨 일이에요?”
소년이 묻자, 처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몇 년 전, 한 포수가 우리 집을 지켜 주며 호랑이 한 마리를 잡았어요. 그런데 그 호랑이의 가족이 복수하러 와서… 우리 가족들을 차례로 데려갔지요. 오늘 밤은… 제 차례예요.”

개가 된 범

소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 포수… 혹시…’
소년은 깨달았어요. 그 포수가 바로 자기 아버지였다는 것을요.

소년은 처녀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습니다.
“제가 지켜 드릴게요. 그리고… 끝까지 해 보겠습니다.”

그날 밤, 소년은 잠들 듯 말 듯 눈을 감고 있었어요.
그때, 어디선가 낮고도 선명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내일 새벽, 커다란 독수리가 하늘을 맴돌 것이다. 그 독수리가 바로 호랑이니, 활로 쏘아라.”

소년은 번쩍 눈을 떴지만, 방 안은 조용했습니다.
‘신령님…!’

개가 된 범

다음 날 새벽, 정말로 하늘에 커다란 독수리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어요.
소년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슝!
화살이 날아가 독수리에 꽂히는 순간—
퍼덕! 퍼덕!
독수리는 땅으로 떨어지더니, 커다란 호랑이로 변해 버렸습니다.

개가 된 범

소년은 겁을 삼키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어.”
소년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마침내 호랑이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어요.

집 안의 처녀와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소년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그날 밤, 신령님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내일은 회오리바람이 불며 검불더미가 집 근처를 맴돌 것이다. 그것이 오늘 죽은 호랑이의 아내니 조심하라.”

다음 날, 바람이 휘익— 하고 몰아치더니 검불이 살아 있는 것처럼 굴러왔습니다.
소년은 활을 들고 한 점을 바라보았어요.

슝!
화살이 검불을 꿰뚫자, 검불더미는 툭 떨어지며 또 다른 호랑이로 변했습니다.
소년은 다시 한 번 물러서지 않았고, 마침내 그 호랑이도 더는 날뛰지 못했어요.

그날 밤, 신령님은 마지막으로 속삭였습니다.
“내일 새벽, 지붕 위에 고양이가 앉아 있을 것이다. 그 고양이는 호랑이 새끼이니 쏘아라.”

새벽이 되자, 지붕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꼬리를 말고 앉아 있었습니다.
소년은 조심스럽게 활을 겨누었어요.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우르르— 소리가 나더니 수십 마리의 호랑이가 나타나 소년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개가 된 범

호랑이들은 울먹이며 말했어요.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대신 우리가 개가 되어 당신의 집을 지키겠습니다.”

소년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원수를 갚겠다는 마음은 뜨거웠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두려움’만이 아니었거든요.

소년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활을 내렸습니다.
“약속을 지킬 수 있겠느냐?”

호랑이들이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 순간, 호랑이들의 몸이 부드럽게 흔들리더니—
어느새 충직한 개들이 되어 소년 곁에 줄지어 앉았습니다.

소년은 처녀와 함께 마을로 돌아왔고, 어머니는 아들을 끌어안고 한참을 놓지 않았어요.
그 뒤로 개가 된 호랑이들은 약속대로 집을 지켰습니다.
소년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품은 채로도, 마을을 지키는 어른으로 자라 갔지요.


등장인물 분석

인물핵심 재주/능력성격과 상징이야기에서의 기능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소년활쏘기, 집중력, 결단효심, 용기, 책임문제 해결의 중심, 성장의 주체두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해내는 마음
어머니판단력, 시험을 설계하는 지혜보호와 훈련, 현실 감각무모함을 ‘준비’로 바꾸는 안내자사랑은 붙잡는 게 아니라 단단히 세우는 것
아버지(포수)용맹, 마을을 지킨 경험희생과 유산사건의 시작, 소년의 동기남긴 사람에게 ‘삶의 방향’이 될 수 있음
처녀진실을 전하는 용기피해자의 목소리, 연대사연의 연결고리, 공동체의 상징도움은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 부르는 것
신령님예고와 조언보이지 않는 지혜, 타이밍위기를 읽게 하는 조력자잘 듣는 사람에게 길이 보임
호랑이들변신(독수리/검불/고양이), 힘두려움과 욕망, 변화 가능성갈등의 대상이자 결말의 전환점힘도 결국 ‘쓰임’으로 평가받는다
마을 사람들공동체의 반응과 인정연대, 기억소년의 성장을 확인시켜 줌용기는 혼자만의 영웅담이 아니라 함께 남는다

감상포인트

  • 어머니의 시험은 “막아 세우기”가 아니라 “준비시키기”로 읽힙니다. 사랑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장면이지요.

  • 독수리·검불·고양이로 바뀌는 장면은 두려움이 늘 ‘다른 얼굴’로 찾아온다는 은유처럼 느껴집니다.

  • 신령님의 조언은 “힘”보다 “타이밍과 판단”이 중요하다는 흐름을 만들어 줍니다.

  • 마지막에 호랑이들이 ‘개’가 되는 결말은 복수만으로 끝나지 않는 전래동화 특유의 반전을 보여 줍니다.

  • 소년이 인정받는 지점은 ‘잘 싸웠다’가 아니라 ‘마을을 지켰다’에 가깝습니다. 개인의 용기가 공동체로 이어집니다.


이야기의 핵심

  • 핵심 명제: “효심은 분노가 아니라 책임으로 자란다.”

  • 핵심 명제: “힘은 꺾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길들이는 선택으로도 바뀔 수 있다.”

현대적으로 보면, 소년의 여정은 ‘상처를 품은 채로도 올바른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억울함이나 분노를 동력으로 삼지만, 그 끝이 꼭 파괴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 동화는 “해결”의 모습이 단 하나가 아니라는 점—응징과 동시에, 변화와 공존의 길도 가능하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보여 줍니다.

교훈과 메시지

  • 가족을 향한 마음은 무모함이 아니라 ‘준비’와 ‘책임’으로 빚어질 때 더 단단해집니다.

  • 도움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약함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 마지막의 용서는 모든 것을 잊는다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의 관계를 새로 정하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 두려움의 대상도 약속과 행동으로 평가받을 기회를 얻을 때, 세상은 조금 달라집니다.


‘개가 된 범’은 효심과 용기를 말하지만, 그 끝에서 우리를 멈춰 세우는 건 “어떤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아이에게는 씩씩한 모험담으로, 어른에게는 분노와 화해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로 오래 남지요.

읽고 나서, 여러분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지—댓글로 함께 나눠 주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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