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만 선택하는 기업 전략의 이면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보험, 항공권, 금융 서비스, 통신 요금제에는 보이지 않는 선택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모든 고객이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누구에게 집중할 것인가’를 매우 정교하게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을 경제학과 경영학에서는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이라고 부릅니다.
크림 스키밍이라는 표현은 우유 위에 떠 있는 가장 질 좋은 크림만 걷어내는 행위에서 유래했습니다. 기업 역시 전체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고객층만을 선별적으로 공략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이익을 극대화합니다. 겉으로 보면 합리적인 경영 전략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시장 구조와 형평성의 문제가 함께 얽혀 있습니다.
오늘은 이 전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등장했는지, 그리고 어떤 장단점을 가지는지 차분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크림 스키밍 전략의 구조
기업의 기본 목적은 이윤 극대화입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윤(π) = 수익(R) − 비용(C)
크림 스키밍은 이 식에서 두 방향을 동시에 공략합니다.
첫째, 지불 능력이 높거나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선택하여 평균 수익을 높입니다.
둘째, 리스크가 크거나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고객을 배제하여 비용을 낮춥니다.
결과적으로 평균 이윤율은 상승하게 됩니다. 이 전략은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자원 배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선택적 집중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크림 스키밍은 보통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선별적 타겟팅입니다. 기업은 전체 고객을 동일하게 보지 않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장 수익성이 높은 집단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두 번째는 가격 차별화입니다. 고객의 지불 의사나 시간 가치에 따라 다른 가격을 책정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 잉여의 일부를 기업 수익으로 전환합니다.
세 번째는 비용 통제입니다. 리스크가 크거나 관리 비용이 높은 고객을 배제함으로써 평균 비용 구조를 개선합니다.
산업별 크림 스키밍 사례
1. 보험 산업
보험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보험사는 가입자의 건강 상태나 사고 가능성을 완벽히 알 수 없습니다. 이처럼 정보가 불완전한 상황에서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험이 높은 사람만 보험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면 보험사는 손실을 보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는 건강한 고객을 우선적으로 선별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고객에게 높은 보험료를 부과합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고위험군이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은 원래 위험을 공동으로 분산하는 제도인데, 건강한 사람만 남게 되면 그 기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금융 서비스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 역시 크림 스키밍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신용 점수가 높은 고객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우수 고객에게는 프리미엄 혜택을 집중합니다.
이는 금융 리스크를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대출 부실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용 점수가 낮은 고객은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거나 금융 접근 자체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합니다.
3. 항공 산업
항공사의 비즈니스 클래스와 퍼스트 클래스는 가격 차별 전략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같은 목적지로 이동하지만, 서비스 수준과 가격은 크게 다릅니다.
비즈니스 여행객은 시간 가치가 높기 때문에 높은 요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습니다. 항공사는 이들을 통해 높은 마진을 확보합니다. 반면 가격에 민감한 고객에게는 저가 항공권을 제공합니다.
최근 저가 항공사들은 기본 요금은 낮게 유지하고, 좌석 선택, 수하물, 기내식 등을 별도 요금으로 책정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선택적 수익 극대화 전략입니다.
크림 스키밍의 장점
이 전략은 분명 강력한 효율성을 가집니다.
첫째, 고수익 고객에 집중함으로써 평균 수익률을 빠르게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 관리 비용과 리스크를 줄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셋째,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그러나 드러나는 한계
문제는 장기적 효과와 사회적 파급입니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고수익 고객만을 공략할 경우 저소득층이나 고위험군이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고객 기반이 좁아질 위험도 존재합니다.
또한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의료, 보험, 금융과 같이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서는 접근성이 제한될 경우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정부 규제 역시 중요한 변수입니다. 일부 산업에서는 크림 스키밍이 불공정 경쟁으로 판단되어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크림 스키밍
최근에는 데이터 기반 크림 스키밍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의 구매 패턴, 소득 수준, 소비 성향을 분석합니다. 그 결과,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고객에게 프리미엄 상품을 먼저 노출하거나, 차별화된 가격을 제시합니다.
이 과정은 매우 정교합니다. 소비자는 이를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이미 고객을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윤리적 논쟁이 시작됩니다.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공정성은 유지되고 있는가?”
정책적 관점에서의 고민
공공성이 강한 산업에서는 크림 스키밍을 완전히 허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국가에서는 공공보험 제도, 의무 가입 제도, 보조금 정책 등을 도입하여 형평성을 보완합니다.
기업의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완전한 자유 경쟁도, 과도한 규제도 모두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크림 스키밍은 기업에게 매우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제한된 자원을 가장 높은 수익이 발생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기업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소비자, 정부, 사회적 가치가 함께 존재합니다. 효율성과 형평성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따라 이 전략의 평가는 달라집니다.
결국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시장을 원하는가?
그리고 그 시장에서 기업의 역할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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