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 보고 “징그러워!” 하고 밀어내기 쉬운 구렁이와, 조용히 마음을 먼저 바라보는 셋째 딸이 만납니다. 이 만남은 “사람을 무엇으로 바라볼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슬쩍 건네요.
오늘날에도 첫인상, 외모, 소문 때문에 누군가를 재빨리 판단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 순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해 줍니다. 마음은 눈에 잘 안 보이지만, 관계를 바꾸는 힘은 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걸요.
전래동화 : 구렁덩덩 새신랑(구렁이와 셋째 딸)
옛날 옛날, 산이 푸르고 물이 맑은 마을에 할미 한 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할미는
밤마다 하늘을 보고, 낮마다 돌미륵 앞에 서서 빌었지요.
“아이 하나만… 아이 하나만 제게도 오게 해 주시지요.”
그렇게 기도를 하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기가 와야 할 자리에…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거예요.
할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습니다.
무섭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지요. 그래도 할미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내가 빌어 얻은 아이다. 내가 돌봐야지.”
할미는 큰 독을 깨끗이 씻어 구렁이를 살게 하고, 삿갓으로 살며시 덮어
주었습니다.
밥도 챙기고, 물도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조심조심 안부를
살폈습니다.
그 소문이 마을에 퍼졌습니다.
“할미네 집에 구렁이가 산대!”
정승댁 세 딸도 호기심이 동했지요.
세 자매가 할미네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첫째 딸이 먼저 독을 들여다보더니, 뒤로 펄쩍 물러섰습니다.
둘째 딸도 코를
찡긋하며 말했어요.
“으, 무섭고 징그러워!”
“할미, 그걸 왜 키우세요?”
두 언니는 말끝이 거칠어졌습니다. 마음도 차가워졌지요.
그때 셋째 딸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습니다.
셋째 딸은 독을 들여다보며, 목소리를 부드럽게 내렸습니다.
“구렁덩덩… 새신랑이 앉아 있네.”
그 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독 안의 구렁이가 살짝 고개를 들었습니다.
구렁이는
셋째 딸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지요.
‘내 마음을 알아준 사람… 저 사람이 내 짝이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 구렁이는 할미에게 또렷하게 말했습니다.
“할미, 저도 이제 장가가고 싶습니다.”
“정승댁… 셋째 아가씨를 제게 맞이해
주세요.”
할미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구렁이의 눈빛이 어찌나 간절한지, 결국
정승댁으로 찾아갔지요.
정승은 말을 듣자마자 손사래를 쳤습니다.
“구렁이와 혼인이라니요? 우리 딸을 어찌…!”
첫째와 둘째도 고개를 세차게 저었습니다.
그런데 셋째 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아버지, 제가 가겠습니다.
겉모습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집안이 술렁였지만, 결국 혼인이 치러졌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신기해서
몰래몰래 구경을 왔지요.
혼례가 끝나고 첫날밤이 되었습니다.
구렁이가 셋째 딸에게 조심스레
부탁했습니다.
“기름 단지 하나, 밀가루 단지 하나, 꿀 단지 하나를 준비해 주시오.”
셋째 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정갈하게 단지를 갖다 놓았습니다.
그러자
구렁이는 독에서 나와 단지들 곁으로 다가가, 몸을 살살 굴렀습니다.
기름 위로 굴렀다가,
밀가루 위로 굴렀다가,
꿀 위로 굴렀다가…
그 순간, 방 안에 은은한 빛이 퍼졌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구렁이 허물 속에서 단정한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셋째 딸은 놀랐지만, 눈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말했지요.
“당신이… 제 신랑이었군요.”
청년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내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그대가 나를 사람처럼 바라봐 주었기 때문이오.”
그 소식이 새어 나가자, 첫째와 둘째의 마음이 뒤틀렸습니다.
질투가
밤바람처럼 스며들었지요.
“셋째가 저런 멋진 신랑을 얻다니!”
“우리도 그걸 알았어야 했는데!”
어느 날, 두 언니는 몰래 방을 뒤져 허물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허물을 없애 버렸지요.
다음 날, 청년의 얼굴빛이 흐려졌습니다.
바람이 창틈으로 스치듯, 청년은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딸은 깜짝 놀라 손을 뻗었습니다.
“가지 마세요! 어디로 가요?”
청년은 힘겹게 미소 지으며 말했지요.
“허물이 사라지면… 나는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소.
하늘나라로 돌아가야
하오.”
셋째 딸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셋째 딸은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바랑을 메고, 장삼을 걸치고, 고깔을 쓰고 길을 나섰습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낯선 마을을 지나며 물었습니다.
“혹시…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아시나요?”
길 위에서 셋째 딸은 자주 넘어질 뻔했지만, 다시 일어섰습니다.
자주 눈물이
났지만, 더 깊이 숨을 쉬었습니다.
마침내 셋째 딸은 선녀들을 만났습니다.
선녀들은 셋째 딸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 마음이라면, 하늘문도 열리겠구나.”
선녀들의 도움으로 셋째 딸은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그리운
신랑을 다시 만났습니다.
청년은 셋째 딸을 보자 눈을 크게 떴습니다.
“정말… 여기까지 왔소?”
셋째 딸은 숨을 고르며 말했습니다.
“당신을 두고는 못 돌아가요.
저는… 당신을 찾아왔어요.”
청년은 셋째 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하늘나라의 바람도, 구름도, 두 사람을
방해하지 못했지요.
그렇게 셋째 딸과 새신랑은 오래오래 함께 살았고,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말했습니다.
“마음이 마음을 알아보면, 세상도 달라진다더라.”
등장인물 분석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할미 | 돌봄과 인내 | 외로움 속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 | 구렁이를 받아들이고 성장의 기반을 마련 | 낯선 존재를 품는 용기가 변화를 부른다 |
| 구렁이/새신랑 | 변화와 약속 | 겉모습과 본질의 간극, 숨은 가능성 | 편견의 대상에서 ‘진심’의 주체로 전환 |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이 삶을 바꿀 수 있다 |
| 셋째 딸 | 공감과 결단 | 내면을 보는 눈, 관계의 윤리 | 이야기를 움직이는 선택의 중심 | 사랑은 상대를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에서 자란다 |
| 첫째 딸 | 눈에 보이는 가치 집착 | 비교·질투의 그림자 | 갈등을 촉발하고 시련을 만든다 | 질투는 관계를 망가뜨리는 가장 빠른 불씨가 된다 |
| 둘째 딸 | 집단 심리, 동조 | 책임 회피와 욕심 | 언니와 함께 사건을 악화 | 잘못은 ‘함께’할수록 더 커질 수 있다 |
| 정승(아버지) | 사회적 판단 | 체면과 안전을 중시 | 결혼을 막으려다 허락하는 관문 | 가족도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화가 필요하다 |
| 선녀들 | 경계 너머의 길 | 인정과 도움의 상징 | 하늘로 가는 통로를 마련 | 진심은 예상 밖의 도움을 부른다 |
감상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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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딸의 한마디 “구렁덩덩 새신랑”은 칭찬이면서도 존중의 선언처럼 들립니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집이 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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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가 청년으로 바뀌는 장면은 “마법”이라기보다, 관계가 사람을 자라게 하는 과정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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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둘째의 질투는 악역의 재미를 만들지만, 동시에 비교가 얼마나 쉽게 마음을 흐리게 하는지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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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딸의 여정은 “사랑의 증명”을 넘어,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어른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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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올라가는 장면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끝까지 가 보는 마음”이 어떤 문을 여는지 상징적으로 전합니다.
이야기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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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명제 1: 겉모습은 첫 장면일 뿐, 사람의 가치는 마음과 행동에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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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명제 2: 존중은 상대를 바꾸기 전에, 관계의 공기를 먼저 바꿉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외모지상주의·낙인·소문 같은 사회적 압력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군가를 “이런 사람일 거야”라고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의 가능성을 접어 버리기도 하지요. 반대로 셋째 딸처럼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가 유지될 때, 상대도 자신을 더 좋은 방향으로 세우려는 힘을 얻습니다. 변화는 혼자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교훈과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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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먼저 보는 선택은 때로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용기가 관계의 방향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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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에게 없는 것’만 보게 만들어, 이미 가진 것마저 흐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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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정으로 끝나지 않고, 찾아가고 지켜내는 행동으로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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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대할 때 “너는 어떤 사람이야?”보다 “나는 너를 어떻게 대하고 있지?”를 떠올리면, 더 따뜻한 길이 열립니다.
읽으시며 떠오른 장면이 있으셨나요? 여러분이라면 셋째 딸처럼 선택할 수 있을지, 마음을 나눠 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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