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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그림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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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이야기]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백일홍 전설)

백일홍이 왜 붉게 오래 피는지, 바닷가 마을 청년과 처녀의 사랑과 오해를 구연동화로 들려드리고 메시지를 함께 풀어봅니다.
꽃은 피어 있는 동안만 예쁜 게 아니라, 사람들이 꽃에 담아 둔 마음까지 함께 전해 줍니다. 그래서 어떤 꽃은 “이유가 있는 색”으로, 어떤 꽃은 “이유가 있는 계절”로 기억되곤 하지요.

오늘 들려드릴 백일홍 전설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용기와, 마을을 살리고 싶었던 마음이 어긋나며 생긴 안타까움을 품고 있습니다. 붉은 돛 한 장, 말 한마디가 닿지 못해 벌어진 일이지요.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백일 동안 붉게 피어난다는 백일홍을 떠올리며, 우리도 누군가의 마음을 “미리” 묻고 “제대로” 전해 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전래동화 :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백일홍 전설)

옛날 옛적, 바닷바람이 짭짤한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바다가 주는 선물로 살았지요.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바다가 성이 난 듯, 파도가 쉼 없이 덮쳐 왔습니다.
배를 띄우면 흔들리고, 그물을 내리면 찢어졌습니다.
사람들의 한숨이 바닷바람에 섞여 날아다녔어요.

“이러다 올겨울은 어찌 나지?”
“바다 밑에 이무기가 꿈틀거린다던 소문이… 정말인가 봐.”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마을 어른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습니다.
그리고 마음 아픈 결론을 내렸지요.
“이무기를 달래려면 제사를 지내야 한다.”

제사에는 처녀 한 명이 제물로 필요하다는 말도 함께 따라왔습니다.
바닷가 모래처럼 무거운 침묵이 마을을 덮었습니다.

며칠 뒤, 젊은 처녀들이 모여 제비를 뽑았습니다.
종이 한 장이 손에서 손으로, 떨리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옮겨 갔지요.
그리고… 한 처녀가 하얗게 질려 서 있었습니다.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그 처녀에게는 마음을 나눈 청년이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용감하기로 소문난 청년, 칼솜씨도 반듯한 사람이었지요.

청년은 소식을 듣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습니다.
“당신을 바다에 보내게 둘 수는 없소. 내가 나서겠소.”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처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마을이 살아야 해요. 모두가 버티고 있잖아요.”
하지만 청년의 눈빛은 단단했습니다.
“마을도, 당신도… 다 지키겠소.”

제사 날이 왔습니다.
처녀는 작은 배에 올랐고, 배는 파도 사이로 천천히 멀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빌었습니다.
“바다님,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소서…”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그때, 아무도 모르게 또 한 척의 배가 뒤따랐습니다.
바로 청년의 배였지요.

바다 한가운데서 거대한 그림자가 솟구쳤습니다.
물보라가 하늘로 튀고, 바닷물이 우르릉 소리를 냈습니다.
이무기가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청년은 배 위에서 크게 외쳤습니다.
“이리 오너라! 내 앞에서는 함부로 못 한다!”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칼끝이 번쩍, 파도 위에 빛이 스쳤습니다.
청년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마침내 이무기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바다는 거짓말처럼 고요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살았다!”
“청년이 해냈다!”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처녀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청년을 바라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조용히 손을 맞잡고, 결혼을 약속했지요.
마을에는 오랜만에 웃음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행복이 막 자리 잡으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바다가 다시 뒤집혔습니다.
이번에는 더 큰 파도가 몰아쳤고, 바다 위로 더 크고 무거운 그림자가 올라왔습니다.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또 이무기야!”
“이번엔 더 크다!”

사람들이 겁에 질렸을 때, 청년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다시 나가겠소. 이번에도 마을을 지키겠소.”

처녀는 청년의 소매를 꼭 붙잡았습니다.
“무사히 돌아와요. 꼭… 꼭이요.”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청년은 처녀의 손등을 살며시 감싸며 약속했습니다.
“내가 이기고 돌아오면 흰 돛을 달겠소.
혹시라도… 돌아오지 못하면 붉은 돛이 보일 거요.”

처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이 자꾸 흔들렸습니다.
그 흔들림이 바람에 실려 바다까지 따라간 듯했지요.

청년은 큰 이무기와 맞섰습니다.
파도는 높았고, 바람은 세찼습니다.
그래도 청년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래 버티고 버틴 끝에, 이무기는 힘을 잃고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때 거센 물보라가 배를 덮쳤고, 흰 돛에는 붉은 물결이 튀어 얼룩처럼 번졌습니다.
흰 돛이 멀리서 보면 붉게 보일 만큼요.

한편, 처녀는 바닷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수평선 너머로 한 척의 배가 돌아오는 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돛이 붉게 보였습니다.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처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아… 약속이… 약속이…”
처녀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습니다.
눈물이 볼을 타고 조용히 흘렀지요.

처녀는 바닷가 모래 위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파도 소리가 마치 누군가의 속삭임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처녀는 끝내 마을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조금 뒤, 청년의 배가 닿았습니다.
청년은 승리의 숨을 내쉬며 가장 먼저 처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너무 늦은 소식이었지요.

빨간 백일홍에 얽힌 슬픈 이야기

청년은 말없이 바닷가 볕 좋은 자리에 처녀를 정성껏 모셨습니다.
그리고 무덤 앞에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미안하오” 하는 말이 모래 위에 새겨지는 듯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무덤 위에 작은 싹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붉고 고운 꽃 한 송이가 피어났습니다.
햇살을 받으면 더 붉게, 바람을 맞으면 더 곱게 흔들렸지요.

그 꽃은 지고 또 피고, 피고 또 피며… 아주 오래 붉음을 지켰습니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백일 동안이나 피어 있네.”
그래서 그 꽃을 백일홍이라 불렀답니다. 🌺

등장인물 분석

인물핵심 재주/능력성격과 상징이야기에서의 기능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용감한 청년결단력, 위기 대응, 책임감‘보호자’ 상징, 공동체를 위해 나서는 용기마을을 지키고 사랑을 지키려는 선택을 보여줌용기는 힘만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점
아름다운 처녀공감, 헌신, 인내‘기다림’과 ‘불안’의 상징마을의 두려움이 한 사람에게 쏠리는 상황을 드러냄마음이 불안할수록 확인과 대화가 더 필요하다는 점
마을 사람들생존 지혜, 집단 의사결정‘두려움의 공동체’ 상징제사와 제물이라는 선택으로 압박을 만들고, 변화의 배경이 됨위기일수록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
이무기(바다의 위협)압도적인 자연의 힘‘재난·불확실성’의 상징갈등을 일으키고, 선택을 극단으로 몰아감자연과 위기는 힘으로만 해결되지 않으며, 공동체의 대비와 연대가 필요함

감상포인트

  • 돛의 색 약속은 사랑의 언어이면서도, 동시에 아주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신호는 간단할수록 오해가 커질 수 있지요.

  • 마을이 겪는 위기는 “누가 책임질까”를 묻는 방식으로 흘러가며,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의 삶이 거래처럼 다뤄지는 모습을 비춰 줍니다.

  • 청년의 용기는 영웅담으로만 끝나지 않고, 돌아와서 마주한 현실 앞에서 더 크게 흔들립니다. 승리 뒤에도 책임이 남는다는 점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 백일홍이 오래 피는 붉음으로 기억되는 건,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남아 있다”는 상징처럼 읽힙니다.

이야기의 핵심

  • 핵심 명제 1: 사랑은 결심으로 지켜지지만, 소통으로 완성됩니다.

  • 핵심 명제 2: 공동체의 두려움이 한 사람에게 몰릴 때 비극이 시작됩니다.

현대적으로 확장해 보면, 우리는 종종 “짧은 메시지”, “추측”, “눈으로 본 한 장면”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결론 내리기도 합니다. 이 전설은 확인 한 번, 질문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 조용히 보여줍니다.

교훈과 메시지

  • 마음이 흔들릴수록, 상상보다 확인이 먼저입니다.

  • 함께 살아가는 곳에서는 위기의 비용을 누군가에게 떠넘기기보다, 나누어 감당하는 방식을 찾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용감함은 싸움에서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두려운 순간에도 서로의 마음을 붙들어 주는 태도에서도 드러납니다.


백일홍을 볼 때마다 이 전설을 떠올리면, 붉은 꽃잎이 더 따뜻하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오래 피어 있는 건, 어쩌면 “전하지 못한 말”이 오래 남아 있기 때문일 테니까요.
여러분은 이 이야기에서 어떤 장면이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나요? 댓글로 함께 나눠 주시면, 다음 전래 이야기도 그 마음에 맞춰 골라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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