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떡보 만세》는 조금 다른 맛이 있습니다. 똑똑하다는 칭찬을 듣던 사람들 대신, 떡을 좋아하는 뱃사공이 앞으로 나서거든요. 겉모습이나 신분보다, 순간을 읽는 눈과 말의 온도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여 줍니다.
또 하나, 이 이야기는 “용기”가 늘 거창한 곳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살짝 들려줍니다. 배가 고프면 생각도 굳는 법이니, 떡으로 마음과 배를 든든히 채우고 자기 방식대로 문제를 푸는 떡보의 모습이 참 사람 냄새 나지요.
전래동화 : 떡보 만세
옛날 옛날, 우리나라에 중국 사신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지혜 겨루기 한 번 해 봅시다.”
사신의 말투는 매끄러웠지만, 눈빛은 어딘가 으스대는 듯했지요.
궁궐 안이 술렁술렁, 관아도 술렁술렁했습니다.
임금님께서 사또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나라의 얼굴이 걸린 일이니, 재치 있는 사람을 찾아오너라.”
사또는 방방곡곡에 방을 붙였습니다.
“지혜 겨루기에 나설 사람을 찾습니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혹시 지면 어쩌지…”
마음이 먼저 움츠러들었거든요.
그때였습니다.
강가에서 배를 젓던 뱃사공 하나가 관아 문을 톡톡 두드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떡보’라고 불렀습니다.
떡을 너무 좋아해서 붙은 별명이지요.
얼굴엔 햇볕이 잔뜩 묻어 있고, 한쪽 눈은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웃을 땐 누구보다 환했습니다.
떡보가 말했습니다.
“사또님,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사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떡보를 위아래로 살폈습니다.
“네가? 네가 나라 일을?”
옆에 있던 마을 사람들도 수군거렸지요.
첫째 아저씨는 팔짱을 끼고,
둘째 아주머니는 입술을 오물오물,
막내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요.
떡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배를 젓습니다. 강물도 사람 마음도, 흐름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떡을 좋아하긴 해도, 머리는 굴릴 줄 압니다.”
사또는 한숨을 쉬었지만, 딱히 다른 사람도 없었습니다.
“좋다. 대신 망신은 안 된다.”
떡보는 씩 웃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드디어 겨루기 날.
떡보는 대결장으로 가기 전, 떡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장님! 인절미 큼직한 걸로 다섯 개만요!”
떡집 주인이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 이렇게 많이?”
떡보는 손을 흔들며 말했지요.
“배가 든든해야 생각도 술술 나옵니다!”
떡보는 떡을 냠냠 먹고, 입가에 콩고물도 묻힌 채로 강가로 나갔습니다.
배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고, 강 한가운데에서 중국 사신과 마주쳤습니다.
사신은 떡보를 한 번 훑어보더니, 비웃듯 말했습니다.
“새가 사공의 눈을 쪼았구려.”

순간, 강바람이 휙 불었습니다.
첫째 아저씨가 멀리서 “어이쿠!” 하고 숨을 삼켰고,
둘째 아주머니는 “저런 말을…” 하고 손등으로 입을 가렸지요.
막내 아이는 떡보의 얼굴만 뚫어져라 봤습니다.
떡보는 잠깐 멈칫했지만, 사신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지요.

“바람이 사신의 입을 스쳤구려.”
사신의 한쪽 입매가 살짝 비뚤어진 걸 콕 집어낸 말이었습니다.
사신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흠…”
말문이 잠깐 막혔지요.
떡보는 배를 살짝 흔들며 덧붙였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입도 마음도 바로 서는 법이지요.”
사신은 기침을 한 번 하더니, 이번엔 말을 하지 않고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습니다.
엄지와 검지를 붙여 둥글게, 동그랗게요.
‘하늘은 둥글다’는 뜻이었습니다.
떡보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 저 손모양… 떡처럼 동그랗네?’
그리고는 두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어 보였습니다.
“인절미는 네모나지요.”
떡보는 정말 떡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신은 그걸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하늘이 둥글면, 땅은 네모다… 이 사람, 깊다!’
사신의 표정이 굳더니, 곧 감탄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신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나라에는 뱃사공도 이리 재치가 있구나.”
그리고는 더 겨룰 말이 떠오르지 않는 듯, 조용히 물러섰습니다.
강가에 모여 있던 마을 사람들이 “와아!” 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첫째 아저씨는 허허 웃었고,
둘째 아주머니는 “떡보가 해냈네!” 하며 어깨춤을 췄지요.
막내 아이는 두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습니다.
“떡보 만세!”
관아로 돌아오자 사또도 깜짝 놀랐습니다.
“네가… 정말 이겨 왔구나!”
임금님도 크게 기뻐하시며 상을 내리셨습니다.
떡보는 상을 받으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배가 든든하니, 말도 잘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네, 맞습니다.
떡보는 그날도 떡을 맛있게 먹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등장인물 분석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떡보(뱃사공) | 순간 판단, 말재주, 흐름 읽기 | 소박함, 유머, 자신감(몸과 마음의 리듬) | 모두가 주저할 때 나서서 판을 뒤집는 인물 | 배경보다 태도와 재치가 길을 연다 |
| 중국 사신 | 수수께끼·상징으로 압박 | 자만, 체면 의식 | 편견과 오만을 드러내는 상대역 | 상대를 낮추는 말은 되레 약점이 된다 |
| 사또 | 사람을 뽑고 판단하는 권한 | 겉모습 중심의 판단, 현실적 계산 | 편견의 문턱을 보여 주는 인물 | 권한이 클수록 ‘사람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 |
| 임금 | 국가의 대표, 최종 책임 | 공동체의 체면과 안전 | ‘나라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연결 | 큰일도 결국 사람의 선택에서 풀린다 |
| 떡집 주인 | 생활의 지혜, 든든함의 상징 | 실용적, 정 많은 어른 | 떡보의 준비를 가능하게 함 | 마음의 준비는 몸의 준비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
| 첫째 아저씨(마을 사람) | 경험으로 상황을 읽음 | 의심과 기대 사이 | 관객이자 반응을 키우는 역할 | “설마”가 “역시”로 바뀌는 순간을 함께 본다 |
| 둘째 아주머니(마을 사람) | 말맛을 즐기는 감각 | 현실적이지만 따뜻함 | 소문과 응원으로 분위기를 만들기 | 공동체의 응원은 한 사람의 용기를 키운다 |
| 막내 아이(마을 사람) | 순수한 응원 | 편견 없는 시선 | 결말의 환호를 상징 | 아이의 눈은 ‘가능성’을 먼저 본다 |
감상포인트
사신의 첫 말은 ‘조롱’이었는데, 떡보는 같은 칼로 베지 않고 “바람”이라는 이미지로 되받아쳐 분위기를 바꿉니다. 말이 곧 힘이 되는 장면이지요.
동그라미와 네모의 손짓은 “의미의 싸움”입니다. 같은 행동도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이 재미있게 드러납니다.
떡보가 떡을 먹는 장면은 웃음을 주면서도, 준비의 중요성을 보여 줍니다. 자기 컨디션을 챙기는 태도가 곧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사또의 편견과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우리 마음속 ‘선입견’을 비추는 거울 같습니다. 결말에서 그 시선이 바뀌는 순간이 시원하게 남습니다.
이야기의 핵심
핵심 명제 1: 지혜는 책상 위에서만 나오지 않고, 삶의 자리에서 반짝입니다.
핵심 명제 2: 편견을 이기는 가장 빠른 길은, 상대를 따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 재치입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떡보의 승리는 “스펙 경쟁”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말 한마디, 태도 하나,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 결과를 바꿉니다. 조직에서도 학교에서도, 누군가의 가능성을 ‘겉모습’이나 ‘처음 인상’으로 닫아 버리기 쉬운데요. 이 이야기는 “사람은 의외의 자리에서 실력을 보여 준다”는 걸 다정하게 알려 줍니다.
교훈과 메시지
남을 낮추는 말은 순간 우위처럼 보여도, 결국 스스로의 품을 좁힙니다.
나의 약점처럼 보이는 부분도,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용기는 거창한 선언보다 “한 발 내딛는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준비는 격식이 아니라 컨디션, 마음가짐, 그리고 자기 리듬을 지키는 일입니다.
《떡보 만세》는 “잘난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 “자기 방식으로 해내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가 화려하지 않아도, 내 말과 내 태도는 충분히 반짝일 수 있지요. 여러분은 힘든 순간에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 주는 ‘나만의 떡’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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