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에게 비단을 판 바보〉는 늘 히죽히죽 웃는 얼벙이가 세상에 나가 장사를 배우며 겪는 이야기입니다. 말이 많은 사람을 피하고, 말 없는 사람을 믿으라는 엄마의 당부는 얼핏 이상해 보여도, “무엇을 믿고 살아갈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에게는 “진심으로 맡은 일을 해내는 힘”을, 어른에게는 “순수함과 공정한 마음이 살아남는 방식”을 조용히 보여주는 전래동화입니다.
전래동화 : 돌부처에게 비단을 판 바보
옛날 옛적, 한 마을에 특별한 아이가 살았어요.사람들은 그 아이를 ‘얼벙이’라고 불렀답니다.
얼벙이는 늘 히죽히죽 웃었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헤헤” 하고 웃어넘겼지요.
그래서 동네 아이들이 놀리곤 했어요.
“얼벙이는 바보다!”
“맨날 웃기만 하네!”
하지만 얼벙이는 속이 참 고왔어요.
남이 넘어지면 얼른 손을 내밀고,
울음소리가 들리면 먼저 달려가 살폈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엄마는 마음이 콕콕 아팠어요.
‘우리 얼벙이가 세상살이를 조금은 알면 좋을 텐데….’
어느 날, 엄마가 얼벙이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반짝반짝한 비단 한 필을 손에 쥐어 주었지요.
“얼벙아, 이 비단을 팔고 오너라.
장사도 해 보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배워 보자.”
얼벙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에! 저 다녀올게요!”
그때 엄마가 당부를 하나 더 했습니다.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은 믿지 말고,
말이 적어도 마음이 바른 사람에게 팔거라.”
얼벙이는 가슴에 꼭 새겼어요.
“말 많은 사람은 아니고… 말 없는 착한 사람!”
그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비단 사려요! 매끈매끈 비단 사려요!”
마을 어귀에서 아주머니들이 와르르 모여들었어요.
“얼마야? 깎아 줘! 왜 이렇게 비싸!”
“이 비단, 진짜 맞아? 어디서 났어?”
아주머니들 말이 우르르 쏟아지자,
얼벙이는 잠깐 멈칫하더니 씩 웃었어요.
‘엄마가 말 많은 사람은 피하랬지!’
얼벙이는 비단을 꼭 끌어안고 살금살금 뒤로 물러났어요.
그리고 다른 마을로, 또 다른 길로 걸어갔답니다.
한참을 걷고 또 걸었어요.
산길은 구불구불, 바람은 솔솔.
얼벙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올라갔지요.
그러다 깊은 산속에서 오래된 절을 만났습니다.
기와는 낡았지만 마당은 조용했고,
마당 한가운데 돌부처가 우뚝 서 있었어요.
얼벙이는 돌부처 앞에 또박또박 인사했어요.
“안녕하세요! 비단 사세요! 아주 좋은 비단이에요!”
돌부처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말도 없고, 손도 움직이지 않았지요.
얼벙이는 눈을 반짝였어요.
‘말이 없네! 착한 사람인가 봐!’
얼벙이는 비단을 살살 펼쳐 보여 주었습니다.
“이 비단은요, 빛이 참 곱고요. 만지면 보들보들해요.”
돌부처는 여전히 조용했어요.
얼벙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더 환하게 웃었답니다.
“아! 지금 돈이 없으신가 보다!”
얼벙이는 비단을 돌부처 앞에 곱게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어 보며 말했지요.
“비단 한 필에 열 냥이에요.
돈은 내일 주셔도 괜찮아요! 잊지 마세요!”
얼벙이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뿌듯했지요.
집에 오자마자 얼벙이가 외쳤어요.
“엄마! 저 비단 다 팔았어요!”
엄마가 눈을 크게 떴습니다.
“정말? 돈은 받았니?”
얼벙이는 더 크게 웃었어요.
“내일 받기로 했어요! 말이 없는 착한 분이었어요!”
그 말을 듣자, 엄마의 이마에 걱정이 올라왔어요.
“얘야… 돌부처가 어떻게 돈을 주니.
내일 꼭 가서 확인하고 오너라.”
다음 날, 얼벙이는 다시 절로 갔습니다.
그런데… 어라?
돌부처 앞에 있어야 할 비단이 보이지 않았어요.
얼벙이는 고개를 갸웃했지요.
“비단이 어디 갔지?”
그때 얼벙이는 생각했습니다.
‘돌부처님이 가져가셨나? 아니면… 누가 훔쳐 갔나?’
얼벙이는 돌부처 앞에 서서 또박또박 말했어요.
“약속한 열 냥 주세요.
비단은… 음… 지금은 안 보이네요.”
돌부처는 오늘도 조용했어요.
얼벙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말이 없으시면… 제가 알아서 확인할게요!”
얼벙이는 돌부처를 살짝 흔들어 보았어요.
“저기요? 여기요?”
그런데 돌부처가 아주 조금… 흔들흔들하더니,
“쿵!” 하고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답니다.
얼벙이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어어어! 죄송해요!”
그런데 그 순간이었어요.
돌부처 아래에서 반짝반짝, 짤랑짤랑—
금은보화가 와르르 쏟아져 나온 게 아니겠어요?
얼벙이는 한참을 멍하니 보다가,
이내 히죽 웃었습니다.
“아… 여기에 있었군요! 진작 알려 주시지요!”
알고 보니, 도둑들이 훔친 물건을 숨겨 두려고
돌부처 밑에 감춰 둔 보물이었답니다.
얼벙이는 두 손을 모아 조용히 인사했어요.
“돌부처님, 저는 욕심내려던 게 아니에요.
잃어버린 비단 값만… 아니, 이건 주인이 따로 있겠지요?”
얼벙이는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알렸고,
보물은 주인을 찾아가거나 마을에 필요한 곳에 쓰였습니다.
그리고 얼벙이네에도 정당한 몫이 돌아왔지요.
엄마는 얼벙이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우리 얼벙이가 큰일을 했구나.
웃기만 한다고 다 바보는 아니었네.”
얼벙이는 여전히 히죽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세상을 한 걸음 배운 사람의 따뜻한 웃음이었답니다.
등장인물 분석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얼벙이 | 진심으로 밀고 가는 끈기, 순수한 실행력 | 순진함·선의·낙천성(웃음) | 사건을 움직이는 주인공, 행운의 문을 여는 인물 | 결과보다 태도와 마음이 길을 만든다는 감각 |
| 엄마 | 생활 지혜, 현실 감각 | 보호자·교육자, 신중함 | 얼벙이를 세상으로 보내는 동기 제공 | 아이를 믿되, 배움의 장을 열어 주는 어른의 역할 |
| 말 많은 아주머니들 | 흥정·말재주 | 소문·의심·소란의 상징 | 대비 장치(엄마의 당부가 살아나는 장면) | 말이 많다고 믿을 만한 건 아니라는 균형 감각 |
| 돌부처 | 침묵, ‘그 자리에 있음’ | 무심함처럼 보이는 고요함 | 사건의 무대이자 반전의 장치 | 판단은 겉모습만으로 끝내기 어렵다는 여운 |
| 도둑들(직접 등장 약함) | 숨기기, 탐욕 | 부정한 이득의 상징 | 보물의 출처, 갈등의 배경 | 남의 것을 숨긴 이득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암시 |
| 마을 사람들 | 공동체의 눈 | 평가·소문·인정 | 얼벙이의 변화가 드러나는 장 | 한 사람의 진심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
감상포인트
얼벙이의 “히죽 웃음”은 바보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을 향한 긴장을 풀어 주는 용기처럼 느껴집니다.
엄마의 당부는 단순한 요령이 아니라, “사람을 고르는 기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어 어른 독자에게도 여운이 남습니다.
돌부처의 침묵을 얼벙이가 “착함”으로 해석하는 장면은, 순수한 해석이 때로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는 재미를 줍니다.
보물이 쏟아지는 반전은 ‘행운’처럼 보이지만, 그 앞에는 얼벙이의 성실한 발걸음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이야기의 핵심
핵심 명제 1: 순수함은 약점이 아니라, 끝까지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 명제 2: “믿음”은 말솜씨보다 태도와 책임감에서 자랍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얼벙이는 협상에 능한 장사꾼은 아니지만 “약속”과 “진심”을 기준으로 행동합니다. 세상은 빠르고 말 많은 정보로 가득하지만, 결국 신뢰를 만드는 건 꾸준함과 정직한 태도라는 점을 이 이야기가 조용히 상기시켜 줍니다.
교훈과 메시지
이 이야기는 “착하면 무조건 복을 받는다”라고 단정하기보다, 착한 마음이 사람을 끝까지 걷게 만들고, 그 걸음이 뜻밖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감각을 전합니다.또한 말이 많은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내 기준을 지키며 움직이는 사람이 결국 자기 몫을 찾아간다는 메시지도 남깁니다.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그래도 나는 이렇게 하겠다”는 기준을 지켜 보셨나요?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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