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값 닷 냥》은 욕심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지, 또 그 욕심이 결국 누구를 곤란하게 만드는지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동시에, 지혜와 유머가 사람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도 살짝 웃으며 배울 수 있어요.
오늘은 아이에게 읽어 주기 좋은 리듬으로 이야기를 다시 들려드리고, 어른 독자를 위한 해설까지 덧붙여 보겠습니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 잠깐 쉬었다 가셔도 좋아요.
전래동화 : 그늘 값 닷 냥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부자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습니다.돈도 많고, 땅도 넓었지요.
그런데 마음은… 음, 꽉 닫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집 앞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어요.
여름이 오면 잎이 풍성해져서, 바닥에 시원한 그늘을 뚝— 만들어 주었지요.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늘 아래서 숨을 고르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였을까요?
부자 할아버지가 퉁명스레 말했어요.
“거기 앉지 마라! 내 집 앞 그늘이다!”
사람들이 놀라 물었지요.
“그늘이… 영감님 것입니까?”
할아버지는 코를 흥, 하고 올리며 말했어요.
“나무가 우리 집 나무 아니냐. 그늘도 우리 집 그늘이지!”
사람들은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늘은 바람 따라, 해 따라 움직이는데… 그게 정말 누구 것일까요?
그러던 어느 무더운 날이었어요.
부자 할아버지가 느티나무 아래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지요.
그때 길을 가던 총각 하나가 땀을 훔치며 다가왔습니다.
“휴우… 잠깐만 쉬었다 가야지.”
총각이 조심조심 그늘 끝자락에 앉는 순간,
할아버지가 벌떡! 눈을 떴습니다.
“이놈! 내 그늘에 왜 마음대로 앉느냐! 당장 비켜!”
총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습니다.
“영감님, 그늘이 정말 영감님 것입니까?”
“그렇다! 우리 조상 때부터 우리 집 나무다!”
총각은 잠깐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공손하게 말했어요.
“아이고, 제가 몰랐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제가 이 그늘을 사겠습니다. 팔아 주시겠습니까?”
부자 할아버지 눈이 번쩍 빛났습니다.
“뭐? 그늘을 산다고?”
“예, 제가 꼭 필요해서요.”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허공을 툭툭 치며 계산하는 척을 하더니,
느릿느릿 말했습니다.
“흠… 이만한 그늘이면… 닷 냥은 받아야겠다.”
닷 냥은 총각에게 큰돈이었지만, 총각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며칠을 뛰어다니고, 품을 팔고, 아껴 모아
마침내 닷 냥을 준비했습니다.
총각이 돈을 내밀자, 할아버지는 냉큼 받아 주머니에 쏙 넣었지요.
그리고는 “허허허” 웃었습니다.
총각은 그늘 아래에 편안히 앉았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잎사귀가 사각사각.
총각은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그늘이 스르르, 스르르 움직였습니다.
느티나무 아래에 있던 그늘이, 할아버지 집 마당 쪽으로 길게 늘어났지요.
총각은 그늘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늘이 가는 쪽을 따라, 사뿐사뿐 마당으로 들어갔어요.
그때였습니다.
부자 할아버지가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니, 이놈이! 내 마당에 왜 들어오느냐!”
총각은 태연하게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말했어요.
“영감님, 저는 제가 산 그늘을 따라왔습니다.
그늘이 여기로 왔으니, 저도 여기로 오지요.”
할아버지는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그, 그게 무슨…”
해가 더 기울었습니다.
그늘은 마당을 지나, 마루 끝까지 또르르 퍼졌지요.
총각은 마루 위로 올라가더니,
아주 편하게 드러누워 말했습니다.
“이야— 여기 그늘은 더 시원합니다!”
부자 할아버지는 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내, 내 마루야! 내려가! 내려가란 말이다!”
총각은 고개만 살짝 돌려 웃었습니다.
“약속은 약속이지요.
닷 냥 받고 그늘을 파셨잖습니까.”
그날 이후로, 해만 기울면 총각은 그늘을 따라 집 안팎을 오갔습니다.
마당에도, 마루에도, 때로는 방문 앞까지도요.
총각은 늘 예의 바른 목소리로 말했지요.
“제가 산 그늘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소문은 순식간에 마을로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느티나무 근처에 모여 킥킥 웃었어요.
“그늘을 돈 받고 팔더니, 그늘이 주인 노릇을 하네!”
“욕심이 발목을 잡았구먼!”
부자 할아버지는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사또를 찾아가 하소연했지요.
“사또 나리! 저 총각이 내 집을 제집처럼 드나듭니다!”
사또는 자초지종을 듣고 부채를 탁— 접었습니다.
그리고는 물었어요.
“영감, 그늘을 팔았다고?”
“예, 닷 냥을 받고…”
“그럼 그늘이 가는 곳에 총각이 따라가는 게… 이상한가?”
사또는 웃음을 꾹 참고 말했습니다.
“약속을 가볍게 여기면, 약속이 영감을 흔드는 법이지.
그늘을 다시 사고 싶으면, 총각과 잘 이야기해 보시오.”
부자 할아버지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마을 사람들 웃음소리는 더 커졌지요.
결국 할아버지는 집에 있기가 민망해졌습니다.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눈이 따라오니까요.
어느 날 새벽, 할아버지는 짐을 꾸려 조용히 마을을 떠나 버렸습니다.
그 뒤, 총각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작은 나무 의자 몇 개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지요.
“그늘은 누구나 쉬어 가는 자리면 좋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늘 아래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아이들은 그늘에서 숨바꼭질을 했고,
어른들은 땀을 닦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어요.
느티나무는 오늘도 잎사귀를 흔들며,
조용히 시원한 그늘을 내려 주었습니다.
등장인물 분석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부자 할아버지 | 소유를 지키려는 집착 | 욕심, 배타성, ‘내 것’의 경계 | 갈등을 시작하는 인물, 욕심의 결과를 보여 줌 | 가질수록 불안해질 수 있음을 떠올리게 함 |
| 총각 | 말재주, 지혜, 유머 | 기지, 균형 감각, 약속을 활용하는 힘 | 욕심을 거울처럼 비추고, 웃음으로 해결의 길을 염 | 힘보다 생각이 갈등을 풀 수 있음을 보여 줌 |
| 사또 | 판단, 중재 | 규칙·약속의 상징 | ‘약속’의 무게를 확인해 주는 장치 | 말 한마디, 거래 한 번이 책임으로 이어짐을 상기 |
| 마을 사람들 | 여론, 공동체 감각 | 상식, 공감, 웃음 | 욕심을 사회적 시선으로 드러내는 역할 | 공동체는 함께 쉬는 자리로 더 단단해질 수 있음 |
| 느티나무 | 그늘을 만드는 존재 | 공유 자원, 자연의 너그러움 | 이야기의 중심 무대, ‘그늘’의 이동으로 사건을 움직임 | 자연의 선물은 나눌수록 가치가 커짐을 느끼게 함 |
감상포인트
“그늘을 판다”는 발상이 우습지만, 그 안에 소유와 공공의 경계가 또렷하게 숨어 있습니다.
총각은 큰소리로 싸우지 않고, 약속과 말의 논리로 상황을 뒤집습니다. 아이들이 따라 하기 좋은 “똑똑한 해결”이지요.
그늘이 해를 따라 움직이듯, 문제도 시선과 시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는 점을 장면으로 보여 줍니다.
마을 사람들의 웃음은 놀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동체가 욕심을 제어하는 방식처럼 읽힙니다.
마지막에 총각이 그늘을 열어 두는 장면이, 이야기를 “복수”가 아니라 회복과 나눔으로 끝맺게 해 줍니다.
이야기의 핵심
핵심 명제 1: 지나친 욕심은 결국 스스로의 삶을 좁히고, 불편을 불러옵니다.
핵심 명제 2: 지혜와 유머는 갈등을 더 크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공유되는 것”을 어떻게 다룰지 묻습니다. 공원 그늘, 공동현관, 엘리베이터, 온라인 지식처럼 모두가 함께 쓰는 공간과 자원이 있지요. 규칙은 필요하지만, 그 규칙이 누군가를 밀어내는 도구가 될 때 공동체는 금세 삭막해집니다. 결국 편안함은 혼자 움켜쥐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를 잠깐씩 들여주는 방식에서 자라는지도 모릅니다.
교훈과 메시지
“내 것”을 지키려는 마음이 커질수록, 마음은 더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약속은 장난이 아니고, 말에는 책임이 따라옵니다.
나눔은 손해가 아니라, 함께 쉬는 자리를 넓혀 주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똑똑함은 상대를 꺾는 데서 끝나지 않고, 모두가 편해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때 더 빛납니다.
《그늘 값 닷 냥》은 웃기면서도 마음 한쪽을 콕 찌르는 이야기입니다. “그늘을 판다”는 말장난 같은 사건이 결국 “욕심이 만든 불편”을 또렷하게 드러내니까요. 오늘 하루, 내가 지키려 했던 ‘내 자리’가 사실은 누군가에겐 잠깐 쉬어 갈 그늘이었는지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에서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댓글로 함께 나눠 주시면, 다음 전래동화도 더 재미있게 풀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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