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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그림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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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이야기]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원님의 만남을 구연동화로 재구성했습니다. 백성을 살린 리더십과 희생, 감사와 정의의 의미를 함께 읽어보세요.
흉년이 들면, 사람 마음도 메말라지기 쉽지요. 먹을 것이 모자라면 서로를 탓하게 되고, 가진 것마저 숨기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고을은, 가뭄 속에서도 이상하리만큼 평온했습니다.

이야기 속 상주 원님은 “내가 편하면 그만”이 아니라 “백성이 살아야 고을이 산다”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리고 박문수 어사는 그 마음을 알아보며, 자신이 받았던 은혜를 잊지 않고 되돌려 줍니다.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오늘의 이야기는 리더의 자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또 누군가의 따뜻함이 어떻게 다시 세상을 밝히는지 조용히 보여 줍니다.

전래동화 :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옛날 옛적, 조선에는 백성 사는 모습을 몰래 살피는 암행어사가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나그네 같아도, 마음속에는 임금님의 뜻과 백성들의 눈물이 함께 들어 있었지요.

그해는 비가 도무지 내리지 않았습니다. 논바닥은 갈라지고, 우물은 바닥을 보였어요. 사람들의 한숨이 길어지던 때였습니다.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이번엔 경상도 쪽을 둘러보고 오라.”
임금님의 명을 받은 박문수 어사는 조용히 길을 나섰습니다.

고을마다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밥 냄새가 줄고, 장터의 웃음도 옅어졌지요. 그런데 어느 날, 박문수 어사가 상주 고을 어귀에 들어서자 고개가 갸웃해졌습니다.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이상하구나. 땅은 메말랐는데… 사람들 얼굴이 너무 지치지 않았네?”

박문수 어사는 짚신에 묻은 먼지를 털며 주막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막 안에는 농부 몇이 둘러앉아, 물처럼 묽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박문수 어사는 모른 척 한쪽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였지요.

농부 하나가 술잔을 들며 말했습니다.
“올해 같은 흉년에도 우리가 밥을 끊지 않는 건, 다 우리 원님 덕분이네.”

다른 농부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맞아. 관가의 곡식을 아껴 두지 않고, 백성들에게 먼저 내어 주셨잖아.”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근데 말이야… 그 원님이 예전에 한양에서 큰 일에 휘말려 내려왔다더라. 정말이래?”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박문수 어사의 눈빛이 반짝했습니다.
‘백성을 살리는 원님이… 한양에서 내려왔다고?’

그 길로 박문수 어사는 관아로 향했습니다. 문 앞에 이르자, 그는 조용히 마패를 꺼내 보였습니다.
“암행어사요.”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관아 안이 금세 조용해졌습니다. 원님은 놀라면서도 허리를 깊이 굽혀 박문수 어사를 맞았습니다.

박문수 어사가 물었습니다.
“상주 백성들이 원님을 참으로 칭찬하더이다. 그런데 들으니, 원님께서 한양에서 내려오시게 된 사연이 있다 하던데요.”

원님은 잠시 말을 삼키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부끄럽고 마음 아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사님이 물으시니 숨길 수는 없지요.”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원님은 예전에 한양에서 임금님 곁을 지키며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큰 가뭄이 들자, 임금님은 백성들의 살림을 아끼게 하려고 술을 빚는 일을 엄하게 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산 근처에서 몰래 술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임금님은 크게 노하셨고, 원님에게 명을 내리셨지요.

“정해진 날까지 죄인을 잡아 오라. 어기면 엄한 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원님은 마음이 무거운 채로 남산 근처 주막에 갔습니다. 그리고는 일부러 배를 움켜쥐고 쓰러질 듯 말했지요.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주모님… 속이 비어 어지럽습니다. 한 모금만… 한 모금만 부탁하오.”

주모는 한참 망설였습니다. ‘이 사람 정말 아픈가?’ 싶은 눈빛이었지요. 결국 주모는 주위를 살피고는 조심조심 항아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원님은 그 항아리를 내려다보다가… 입술을 꾹 다물었습니다.
‘이 술을 빚은 이가 정말 나쁜 마음이었을까?’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잠시 뒤, 한 남자가 떨리는 손으로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습니다.
“대감… 제 죄입니다. 어머니가 굶으셔서… 뭔가라도 바꾸어 보려고 술을 빚었습니다. 저를 벌해 주십시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가 굽은 어머니가 달려와 남자의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아내도 함께 손을 모아 빌었습니다.
“대감님, 제발요. 이 집엔 아이들도 있습니다….”

원님은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나라의 법도 소중하지만… 지금 이 집에 필요한 건 벌이 아니라 숨 돌릴 틈이구나.’

그날 원님은 그들을 잡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임금님께는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죄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 일로 원님은 벼슬길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상주 고을로 내려와 원님 노릇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이야기를 마친 원님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때 제가 한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도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있던 박문수 어사의 두 눈이 촉촉해졌습니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원님께 큰절을 올렸지요.

원님이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습니다.
“어사님,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제가 어찌 어사님의 절을 받겠습니까!”

박문수 어사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원님… 사실은 제가 젊었을 적, 길을 잃고 굶주려 떨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관원이 밥 한 그릇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저를 살려 주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원님이셨습니다.”

원님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 지었습니다.
“그 아이가… 어사가 되었군요.”

암행어사 박문수와 상주 고을 원님

그날 이후 박문수 어사는 상주 원님이 백성을 위해 관아의 곡식을 아껴 두지 않고, 먼저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도 자세히 살폈습니다. 그리고 한양으로 돌아가 임금님께 아뢰었습니다.

“전하, 상주 원님은 백성의 배고픔을 먼저 보셨습니다. 그 마음 덕에 상주는 흉년에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원님의 억울한 사연도 함께 헤아려 주시옵소서.”

임금님은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깊게 고개를 끄덕이셨지요.
“사람을 살리는 마음은, 자리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법이구나.”

임금님은 원님을 다시 불러, 백성을 위해 일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원님은 상주에서 배운 마음을 품고, 다시 백성을 보살피는 길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박문수 어사는 길 위에서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따뜻함은 잊히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구나.’


등장인물 분석

인물핵심 재주/능력성격과 상징이야기에서의 기능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박문수 어사관찰력, 판단력, 정의감은혜를 기억하는 사람, 공정한 연결자상주의 평온함을 알아차리고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시킴좋은 일은 알아보고, 감사는 행동으로 이어질 때 힘이 생깁니다
상주 고을 원님공감, 결단, 나눔‘법’과 ‘사람’ 사이에서 사람을 살리는 마음백성을 위해 곡식을 나누고, 과거에도 약자를 헤아림리더의 자리는 먼저 손을 내미는 곳입니다
임금님국가 운영의 권한질서의 상징, 뒤늦게라도 바로잡는 책임원님의 사연을 듣고 다시 기회를 줌판단은 단단해야 하며, 고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주막의 농부들공동체의 목소리백성의 현실, 소문과 체감의 증언상주 원님의 평판을 전하며 실상을 보여 줌좋은 정치는 현장에서 먼저 느껴집니다
술을 빚은 남자와 가족생존의 절박함약자의 사정, 가족을 지키는 마음원님의 선택을 시험하는 장면을 만들고 ‘공감’의 이유가 됨누군가의 선택 뒤에는 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막 주모눈치, 생활 지혜소박한 삶의 가운데에서 불안과 배려가 섞인 사람사건의 문을 여는 인물세상은 작은 망설임과 작은 도움으로도 움직입니다

감상포인트

  • 상주 고을의 “평온함”이 이야기의 문을 엽니다. 겉모습의 차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진짜 리더십의 흔적이 드러나지요.

  • 원님은 법을 어기게 한 가족의 사정을 보며 ‘사람이 먼저’라는 결단을 택합니다. 손해를 알면서도 마음을 지키는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 박문수 어사가 절을 올리는 대목은 “감사”가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줍니다. 은혜는 기억될 때 관계를 살립니다.

  • 임금님의 선택은 정의가 늦게라도 도착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잘못을 바로잡는 결정 역시 리더의 책임이라는 점이 또렷합니다.

  • 흉년이라는 배경은 오늘의 삶에도 닿아 있습니다. 어려울수록 ‘나눔’이 공동체를 버티게 한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이야기의 핵심

  • 핵심 명제 1: 백성을 먼저 살피는 마음이 리더십의 뿌리입니다.

  • 핵심 명제 2: 감사와 정의는 서로를 밀어 올리며 공동체를 회복시킵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자리”가 사람을 바꾸기보다 “사람의 태도”가 자리를 빛나게 합니다. 조직이든 가정이든, 어려운 시기에는 규칙만 들이대기보다 사정을 듣고 숨 쉴 길을 내어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았을 때, 기억하고 돌려주는 마음이 다음 따뜻함을 낳습니다.

교훈과 메시지

  • 리더는 위에서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래에서 울리는 소리를 먼저 듣는 사람입니다.

  • 손해를 감수한 선택이 누군가의 삶을 지킬 때, 그 마음은 언젠가 다시 세상을 향해 돌아옵니다.

  • 감사는 관계를 단단하게 하고, 정의는 공동체를 안전하게 합니다. 두 가지가 함께 있을 때 사회는 오래 버팁니다.


상주 원님의 따뜻한 결단과 박문수 어사의 감사는, “사람을 살리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조용히 증명해 줍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어려움을 보았을 때, 작은 한 그릇의 밥처럼 마음을 건네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아이와 함께 읽으셨다면, 어떤 장면에서 마음이 가장 따뜻해졌는지 댓글로 나눠 주세요. 여러분의 한 줄이 또 다른 독자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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