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 초가집, 혼자 사는 할머니의 따뜻한 부엌에 “약속”이 찾아옵니다. 무섭고 큰 호랑이가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힘센 누군가가 나타나 구해 주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작은 존재들이 “함께” 움직일 때, 세상이 바뀌는 순간을 보여 주거든요.
팥죽 한 그릇으로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자리를 맡아 힘을 보태는 장면은 지금 읽어도 포근합니다.
협력, 공정, 책임. 그리고 ‘나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감각까지, 웃음 속에 자연스레 담겨 있습니다.
전래동화 :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옛날 옛날, 산이 아주 깊은 마을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어요.
할머니는 팥밭을 가꾸며 조용히,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셨지요.
여름날 볕이 따뜻한 어느 날이에요.
할머니는 허리를 펴며 말씀하셨어요.
“올해 팥이 잘 자라면, 겨울에 고소한 팥죽을 끓여 먹어야지.”
그때였어요.
숲속에서 “으르렁—” 소리가 들리더니, 커다란 호랑이가 성큼성큼 나타났어요.
호랑이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어요.
“할머니! 오늘은 네가 내 밥이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 손을 모으고 조심조심 부탁했어요.
“호랑이야… 나를 잡아먹기 전에 말이다. 팥이 다 여물면 팥죽 한 그릇만 끓여 먹게 해주렴. 그때는 약속대로 내 목숨을 내놓마.”
호랑이는 코끝을 씰룩씰룩하더니, 잠시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지요.
“좋다. 팥죽 끓일 때까지 기다려주마. 하지만 약속은 꼭 지켜라!”
호랑이가 숲속으로 사라지자, 할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시간은 흐르고, 팥은 붉게 붉게 잘도 익었습니다.
할머니는 팥을 거두어 정성껏 팥죽을 끓였지만, 마음은 무거웠어요.
“호랑이가… 정말 오겠지….”
할머니는 눈물이 뚝, 뚝 떨어졌어요.
바로 그때, 어디선가 작은 알밤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왔어요.
“할머니, 왜 우세요?”
할머니는 알밤에게 사정을 들려주었어요.
알밤은 가만히 듣더니 또렷하게 말했지요.
“팥죽 한 그릇만 주시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할머니가 팥죽을 떠 주자, 알밤은 “톡!” 하고 아궁이 속으로 쏙 들어갔어요.
잠시 뒤, 이번에는 자라가 또각또각 찾아왔어요.
그다음엔 물찌똥이, 송곳이, 돌절구가, 멍석이, 지게가 줄지어 들어왔지요.
“할머니, 팥죽 한 그릇만 주시면 저도 도와드릴게요!”
할머니는 놀랍고도 고마운 마음으로 모두에게 팥죽을 내어주었어요.
그리고 작은 친구들은 각자 자기 자리를 정했습니다.
알밤: 아궁이 속
자라: 물 항아리 속
물찌똥: 부엌 바닥
송곳: 부엌 한쪽
돌절구: 문 위
멍석: 문 앞
지게: 마당 한쪽
마침내, 약속한 날 밤이 되었어요.
밖에서 “쿵! 쿵!” 발소리가 울리더니 문 앞에 호랑이가 섰어요.
“어흥! 약속대로 왔다! 이제 너를 잡아먹겠다!”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를 꾹 눌러 말했어요.
“밖이 춥지? 아궁이 앞에서 몸이나 녹이고 가거라.”
호랑이는 “흠, 그건 좋군!” 하며 아궁이 앞으로 다가갔어요.
바로 그 순간!
아궁이 속에서 알밤이 “툭!” 튀어나와 호랑이 얼굴로 퐁당—! 하고 날아갔지요.
“앗뜨거! 뭐야 이거!”
호랑이는 깜짝 놀라 발을 휘젓다가, 물 항아리에 발을 담갔어요.
그런데 항아리 속 자라가 “덥석!” 하고 호랑이 발을 물었지요.
“으악! 이건 또 뭐야!”
호랑이는 뒤로 비틀비틀 물러섰어요.
그러다 부엌 바닥의 물찌똥에 “미끌!” 하고 넘어졌지요.
“아이쿠!”
넘어지는 바람에 송곳이 발끝을 “콕!” 찌르는 바람도 생겼어요.
호랑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때, 문 위에서 돌절구가 “쿵!” 하고 떨어졌어요.
호랑이는 눈이 핑글핑글 돌더니, “어질어질…” 하고 주저앉았지요.
바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멍석이 “촤르르!” 펼쳐지더니 호랑이를 둘둘둘 말아 버렸어요.
그리고 마당에 서 있던 지게가 성큼 다가왔어요.
“자, 올라타시지요!”
지게는 멍석에 말린 호랑이를 번쩍 짊어지고 강가로 달려갔어요.
호랑이는 멍석 속에서 “어흥! 어흥!” 소리만 냈지요.
강가에 도착한 지게는 힘차게 몸을 흔들었어요.
“퐁당!”
호랑이는 멀리멀리 물결을 타고 떠내려가 버렸어요.
그리고 다시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조용해진 밤, 할머니는 손을 모아 고개 숙여 인사했어요.
“아이고, 고맙다… 고맙다….”
할머니는 작은 친구들에게 팥죽을 한 그릇씩 더 떠 주었어요.
부엌에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마음도 함께 따뜻해졌지요.
등장인물 분석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할머니 | 팥죽을 끓이고 나누는 손길, 위기에서의 기지 | 정, 인내, 생활의 지혜 | 공동체를 묶는 중심, ‘요청’과 ‘대접’으로 연대를 만듦 | 두려움 속에서도 선택을 만들면 길이 열린다 |
| 호랑이 | 힘과 위협 | 탐욕, 약속을 이용하려는 폭력성 | 갈등의 원인, 공동 대응을 촉발 | 힘이 크다고 늘 이기는 건 아니다 |
| 알밤 | 기습, 시작의 신호 | 작지만 날렵한 용기 | 반전의 첫 단추 | 작은 행동이 흐름을 바꾼다 |
| 자라 | 붙잡는 힘, 끈기 | 침착함, 지속력 | 도망/반격을 막는 역할 | 한 번 붙들면 끝까지 돕는 마음 |
| 물찌똥 | 미끄러짐을 유도 | 생활 속 ‘허술함’의 역전 |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림 | 보잘것없어 보여도 자리값이 있다 |
| 송곳 | 콕 찌르는 경고 | 날카로운 경계심 | 혼란을 키워 발걸음을 멈추게 함 | 경계와 준비는 스스로를 지킨다 |
| 돌절구 | 무게감 있는 결정타 | 단단한 책임, 마침표 | 상황을 정리하는 전환점 | 함께 쌓인 힘은 결론을 만든다 |
| 멍석 | 감싸고 묶기 | 포용, 협력의 마무리 | 안전하게 제압, 분쟁의 수습 | 흩어진 힘을 하나로 묶는 기술 |
| 지게 | 옮기는 실행력 | 실천, 마무리의 추진 | 위기를 완전히 밖으로 옮김 | 계획만으론 부족하고 실행이 필요하다 |
감상포인트
팥죽 한 그릇이 ‘보상’이자 ‘초대장’처럼 쓰입니다. 나눔이 도움을 부르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그려져요.
작은 친구들이 각자 알맞은 자리를 맡습니다. 같은 힘이 아니라, 다른 역할의 조합이 핵심입니다.
호랑이를 혼내는 장면도 잔혹함보다 우스꽝스러운 당황과 연속 실수로 구성되어 아이가 부담 없이 듣기 좋습니다.
할머니는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시간을 벌고, 그 시간에 연대를 조직합니다. 용기는 돌진이 아니라 설계일 때도 있어요.
마지막에 다시 팥죽을 대접하는 장면이 이야기의 결을 정리합니다. 승리의 끝이 감사로 닫히는 구조가 따뜻합니다.
이야기의 핵심
핵심 명제 1: 크고 강한 힘도, 함께 짜인 작은 힘 앞에서는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핵심 명제 2: 나눔은 손해가 아니라, 서로를 연결하는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협력’은 감정 좋은 날에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역할을 나누고 책임을 나눠 갖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이 이야기는 “누가 더 세냐”보다 “어떻게 함께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한 순간이 있음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따뜻한 한 그릇의 마음일 수 있다는 점도요.
교훈과 메시지
협력의 힘: 각자의 능력을 제자리에 두면, 혼자서는 못 하는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책임과 대가: 남을 해치려는 선택은 결국 되돌아옵니다.
나눔의 순환: 받은 도움을 감사로 되돌리는 태도가 공동체를 오래 지켜 줍니다.
지혜로운 용기: 두려움이 있어도 “방법”을 찾는 마음이 용기가 됩니다.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는 호랑이를 이기는 통쾌함보다, 그 과정에 깔린 따뜻한 연대가 오래 남는 이야기입니다. 작은 친구들이 자기 몫을 해내는 순간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살며시 자라나지요.
읽으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누구였나요? 집에서 아이와 함께 읽어 보셨다면, 아이가 고른 ‘최고의 조력자’도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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