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 《개똥에서 피어난 개나리》는 그 노란 빛에 “사람 마음”을 살짝 얹어 줍니다. 가진 게 많고 적음보다, 마음을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가 삶을 바꾼다는 이야기도 함께 건네고요.
아이들에게는 장면이 또렷한 구연동화로, 어른들에게는 나눔과 욕심, 공정과 보상의 관점으로 다시 읽어볼 만한 전래 이야기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전래동화 : 개똥에서 피어난 개나리
옛날 옛적, 작은 마을에 허리가 꼬부라진 할아버지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허름한 옷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배를 살살 문지르며 골목을 천천히 걸었지요.
“이 늙은이에게… 먹을 것 좀 나눠 주시구려.”
할아버지는 집집마다 문 앞에 서서 조심스레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문은 쾅 닫히고, 창문은 쓱 가려졌습니다.
어떤 사람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지요.
“우리도 먹고살기 바빠요! 어서 가세요!”
또 어떤 사람은 괜히 큰소리를 냈습니다.
“거지한테 줄 게 어딨어! 당장 나가!”
그 말들이 골목길 바람에 실려, 할아버지 귀에 차갑게 닿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입술을 꾹 다물고, 다시 지팡이를 짚었습니다.
발걸음이 조금 더 무거워졌지요.
그때였습니다.
골목 끝 작은 초가집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뛰어나왔습니다.
“할아버지요! 잠깐만요!”
아주머니는 남루한 옷차림이었지만, 눈빛이 참 따뜻했습니다.
손에는 작은 그릇이 들려 있었지요.
“저희도 넉넉하진 않아요. 그래도 이거라도 드세요. 따끈할 때 드셔요.”
아주머니는 자신이 먹으려던 밥과 국을 조금 덜어 내밀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릇을 받자마자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고맙소… 고맙소. 이렇게 마음을 내어 주는 분을 만나니, 배보다 가슴이 먼저 든든해지는구려.”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짚을 엮어 둥근 그릇 하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곡식을 담는 멱둥구미였지요.
“이 멱둥구미를 받으시오. 뚜껑을 열 때, 마음을 먼저 열어 보시오.”
아주머니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정성껏 두 손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집 안에 들어가 조심조심 뚜껑을 열어 보았지요.
“어머나…”
그 안에는 반짝이는 금붙이와 보석이 가득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놀라서 문밖으로 뛰어나갔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골목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 소식은 마을에 금세 퍼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귀가 번쩍 뜨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마을의 부자였습니다.
부자는 돈자루는 꽉 쥐면서도 마음자루는 꼭 닫아 두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지요.
“뭐라고? 그 가난한 아주머니가 금은보화를 받았다고?”
부자는 코웃음을 치며 이를 갈았습니다.
“흥! 그런 건 원래 나 같은 사람이 받아야 하는 거야!”
부자는 비단옷을 차려입고, 온갖 음식을 한 상 가득 들고 길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높였지요.
“영감! 여기 맛난 음식이오! 어서 나오시오! 나도 멱둥구미 하나 주시오!”
잠시 뒤, 그 할아버지가 또 나타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부자의 얼굴을 한 번, 음식상을 한 번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습니다.
“음식은 참 푸짐하구려. 그런데… 그대 마음은 얼마나 푸짐하오?”
부자는 눈을 깜빡이며 얼버무렸습니다.
“그야… 푸짐하지요! 하하! 자, 받으시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멱둥구미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좋소. 그대도 받으시오.”
부자는 그 멱둥구미를 낚아채듯 들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는 뚜껑을 번쩍 열었지요.
“자, 어디 금은보화가…!”
그런데 안에는 번쩍이는 것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부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습니다.
“이게 뭐야! 나를 놀려?!”
부자는 화가 나서 멱둥구미를 뒤집어엎고, 개똥을 마당으로 팽 던졌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개똥이 떨어진 흙이 살짝 들썩이더니,
꼬물꼬물 싹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노란 꽃망울이 톡, 톡, 톡—
햇살을 닮은 노란 꽃이 한꺼번에 피어났지요.
“어… 어어?”
부자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때 담장 너머에서 할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허허허! 개똥도 아까워하던 사람이라면, 개똥에서 핀 꽃이나 보며 마음을 좀 비워 보아야지.”
할아버지는 그렇게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부자는 마당 가득 핀 노란 꽃을 바라보며 얼굴이 더 뜨거워졌지요.
금은보화가 아니라, 자기 욕심이 드러난 것이 가장 창피했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은 봄마다 피는 개나리를 보며 속삭였다고 합니다.
“마음씨가 따뜻하면 꽃도 복도 따라온대.”
“욕심이 크면, 마음이 먼저 부끄러워진대.”
그래서 그 노란 꽃을, 개나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등장인물 분석: 표로 제시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할아버지(신비한 나그네) |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지혜 | 시험자, 거울 같은 존재 | 선한 마음을 드러내고, 욕심을 비추어 줌 | 보상보다 “마음의 방향”이 먼저라는 점 |
| 아주머니 | 나누는 용기, 배려 | 따뜻함, 공동체의 온기 | 작은 나눔이 큰 변화를 부르는 계기 | 가진 크기보다 마음의 크기가 중요함 |
| 욕심쟁이 부자 | 계산 빠름, 체면 중시 | 탐욕, 소유 집착 | 욕심의 민낯을 드러내는 대비 | 얻으려는 마음이 지나치면 스스로 부끄러워짐 |
| 마을 사람들 | 여론, 따라 하기 | 무관심, 집단 심리 | 분위기를 만들고 교훈을 또렷하게 함 | 냉담함은 쉽게 퍼지고, 따뜻함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함 |
| 개나리꽃 | 봄의 상징, 밝음 | 새 출발, 환한 변화 | 이야기의 결말이자 기억 장치 | 평범한 풍경에도 이야기가 깃든다는 감각 |
감상포인트
“마음을 먼저 열어 보시오”라는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뚜껑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열릴 때,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뜻처럼 들리지요.
아주머니는 큰 결심을 한 게 아닙니다. 조금 덜어 준 행동이 이야기를 움직입니다. 아이들에게 “작은 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부자의 행동은 겉으로는 대접 같지만, 속으로는 거래였습니다. 나눔과 거래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개똥에서 꽃이 피는 상상은 웃음을 주면서도, “부끄러움이 피어나는 자리”를 상징처럼 남깁니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엔 냉담했다가 나중엔 교훈을 되새기는 흐름이, 공동체 분위기가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도 보여 줍니다.
이야기의 핵심
핵심 명제 1: 나눔은 크기보다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핵심 명제 2: 욕심은 남을 속이기 전에, 먼저 자기 얼굴을 붉힙니다.
오늘의 삶에선 “보상”이 늘 눈앞에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친절이 거래처럼 변장하기도 하지요. 이 이야기는 묻습니다. 내가 건네는 손은 돕는 손인가요, 얻기 위한 손인가요?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봄의 개나리처럼 마음이 조금 환해질 수 있습니다.
교훈과 메시지
어려운 사람을 대할 때, 말 한마디와 작은 나눔이 그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욕심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스스로를 작아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복은 꼭 금은보화처럼 오지 않아도 됩니다. 따뜻한 관계, 편안한 마음, 부끄럽지 않은 선택도 큰 복입니다.
개나리는 늘 먼저 피어서 봄을 알려 줍니다. 이 이야기 속 아주머니도 먼저 손을 내밀어, 마음의 봄을 열어 주었지요. 올해 개나리를 보게 되시면, “내가 오늘 건넬 수 있는 작은 따뜻함은 뭘까?”를 한 번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읽으시며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이 있으셨나요? 댓글로 함께 나눠 주시면, 다음 전래동화도 그 분위기에 맞춰 골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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