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겸손과 감사, 그리고 자만심이 부르는 민망함을 유쾌하게 보여 줍니다. 누군가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면 관계가 삐걱하고, 듣기 좋은 말만 믿으면 마음이 커졌다가도 금세 흔들리거든요.
이제 바다 깊은 곳으로 같이 내려가 볼까요? 멸치 할아버지의 꿈 한 번이, 바닷마을을 어떻게 뒤집어 놓는지 말이에요.
전래동화 : 멸치의 꿈
깊고 푸른 남쪽 바다에, 칠백 살 멸치 할아버지가 살았답니다.멸치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은 만큼 “에헴!” 하는 소리가 컸어요.
말끝도 뾰족해서, 주변 물고기들이 슬쩍슬쩍 피하기도 했지요.
어느 날 낮잠을 자는데, 멸치 할아버지가 아주 생생한 꿈을 꿨어요.
바다와 하늘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둥실둥실 떠다니는 꿈이었지요.
그런데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갑자기 춥다가 또 금세 더워졌다가… 날씨가 마음대로 바뀌는 거예요.
멸치 할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이 꿈이 대체 뭘 뜻하는 게냐…?”
생각하면 할수록 답이 안 나와서, 가슴이 콩닥콩닥했지요.
며칠이 지나자 멸치 할아버지는 밥도 잘 못 먹고, 끙끙 앓기 시작했어요.
평소엔 다들 무서워했지만, 그래도 걱정은 됐답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프면 큰일이지…”
물고기들이 모여서 소곤소곤 회의를 했어요.
그때 누군가가 말했지요.
“서쪽 바다에 망둑어 할머니가 사는데, 꿈풀이가 기가 막히대!”
“그럼 할머니를 모셔 오자!”
가장 어린 가자미가 앞으로 나섰어요.
“제가 다녀올게요!”
가자미는 해초숲을 지나고, 조개바위도 돌아서, 며칠 며칠 헤엄쳐 갔답니다.
서쪽 바다에 도착하니, 작은 조개집 앞에서 망둑어 할머니가 꼬물꼬물 나오셨어요.
가자미가 숨을 고르고 말했지요.
“할머니, 멸치 할아버지가 이상한 꿈을 꾸고 앓고 계세요.”
망둑어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음… 꿈 이야기는 직접 들어야 더 또렷해지지. 함께 가자꾸나.”
가자미는 망둑어 할머니를 등에 태우고, 다시 남쪽 바다로 돌아왔어요.
길이 멀어도, 가자미는 한 번도 투덜대지 않았지요.
“조심하세요, 할머니!”
“아이고, 기특해라.”
드디어 멸치 할아버지 집에 도착!
멸치 할아버지는 망둑어 할머니를 보자 눈이 반짝했어요.
“오셨습니까! 어서 드시지요!”
멸치 할아버지는 번쩍번쩍한 조개그릇에 먹을거리를 한 상 가득 차려 냈어요.
그런데요, 그 상을 마련하는 동안 땀(?)을 뺀 가자미는…
“가자미야, 수고했다”라는 말도, “고맙다”라는 말도 듣지 못했답니다.
가자미는 입술을 꾹 다물었어요. 속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왔지요.
이제 꿈풀이가 시작됐어요.
멸치 할아버지가 꿈 이야기를 줄줄 말했답니다.
“바다와 하늘을 오르락내리락하고, 눈이 내리고, 춥다가 더웠다가… 참말로 이상합니다!”
망둑어 할머니는 눈을 감고 한참 생각하셨어요.
그리고 천천히 말했지요.
“그 꿈은 좋은 꿈이구나. 네가 큰 용이 되어 하늘과 바다를 오르내릴 징조다.
추웠다 더웠다는 건, 네가 날씨까지도 움직일 힘을 얻는다는 뜻이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멸치 할아버지가 꼬리부터 기분이 붕 뜨는 것 같았어요.
“허허허! 내가 용이라니! 이제부터 너희는 나를 왕처럼 모셔라!”
바닷마을 물고기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어요.
“어… 왕?”
“갑자기?”
그때, 가자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지요.
참다가 참다가, 마음이 꾹꾹 눌린 채로 말했어요.
“할머니 말씀… 저는 좀 다르게 들려요.”
멸치 할아버지가 콧김을 훅 내뿜었어요.
“그래? 네가 뭘 아느냐. 어디 해 보거라!”
가자미는 목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말했답니다.
“하늘과 바다를 오르락내리락한 건요… 낚싯줄에 걸려 위로 끌려갔다가 다시 통에 떨어지는 모습 같고요.
하얀 눈은… 소금이 솔솔 뿌려지는 모습 같고요.
춥다가 더운 건… 불 위에서 구워지기 때문 같아요.”
순간, 바닷속이 조용해졌어요.
그리고 다음 순간—
물고기들 입에서 “푸하하!” 웃음이 터졌지요.
멸치 할아버지 얼굴은 토마토처럼 빨개졌어요.
“이 녀석이…!”
멸치 할아버지가 홱 손을 휘두르자, 가자미는 깜짝 놀라 옆으로 휙 비켜 섰어요.
그 바람에 가자미의 눈이 더 옆으로 몰린 채로 “어휴!” 하고 굳어 버렸답니다.
(그 뒤로 가자미 눈이 옆에 붙었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지요.)
옆에서 보던 새우는 웃다가 배를 잡고 허리를 꾸부정!
“아이고, 웃겨!”
메기는 크게 웃다가 입이 더 벌어져 “하하하!” 소리가 바다를 울렸어요.
(그래서 새우는 등이 굽고, 메기는 입이 크다는 이야기도 생겼대요.)
멸치 할아버지는 씩씩거렸지만, 물고기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그날 이후 멸치 할아버지는 “왕처럼 모셔라!” 같은 말은 꺼내지 않았어요.
그리고 바닷마을에는, 전보다 조용한 파도와 말랑한 웃음이 오래오래 머물렀답니다.
등장인물 분석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멸치 할아버지 | 꿈을 크게 믿는 상상력(욕망) | 권위, 허세, 인정 욕구 | 갈등의 중심이자 변화의 계기 | 칭찬에 취하면 판단이 흐려질 수 있어요 |
| 망둑어 할머니 | 꿈풀이, 말의 힘 | 연륜, 권위, “듣기 좋은 말” | 멸치의 우쭐함을 키우는 촉매 | 좋은 말도 검토가 필요해요 |
| 가자미 | 먼 길을 해내는 끈기, 솔직함 | 성실, 자존감, 공정 | 숨은 수고를 드러내고 균형을 회복 | 고마움이 사라지면 마음이 멀어져요 |
| 새우 | 분위기를 읽는 반응 | 웃음, 공동체의 해소 | 긴장을 풀고 결말의 유머를 강화 | 웃음은 때로 과한 마음을 누그러뜨려요 |
| 메기 | 큰 리액션, 솔직한 감정 | 직설, 해학 | 사건을 마무리하는 웃음의 장치 | 민망함도 배움이 될 수 있어요 |
| 마을 물고기들 | 합의, 협력 | 공동체, 돌봄 | 멸치의 병을 함께 해결하려 함 | 함께 사는 마음이 문제를 풀어요 |
감상포인트
꿈 하나가 마을 전체를 흔들 만큼, 말과 해석이 마음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 재미있게 드러납니다.
가자미의 긴 여정이 “보이지 않는 수고”를 보여 주고, 그 수고를 알아보지 못할 때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끼게 합니다.
듣기 좋은 해석(망둑어)과 현실적인 해석(가자미)이 대비되며, 달콤한 말만 좇는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새우와 메기의 웃음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과해진 분위기를 풀어 주는 공동체의 장치로 읽힙니다.
결말의 유머는 “누군가를 눌러 세우는 권위”보다 “서로를 살피는 균형”이 더 편안하다는 감각을 남깁니다.
이야기의 핵심
핵심 명제 1: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고마움과 현실 감각을 놓치기 쉽습니다.
핵심 명제 2: 공동체 안에서는 솔직한 한마디가 과한 권위를 가라앉히고 균형을 되찾게 합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성과는 내 것, 수고는 남의 것”처럼 여기기 쉬운 분위기와도 닿아 있어요. 누군가의 도움 위에 서 있으면서도 감사 인사를 아끼면, 결국 신뢰가 무너집니다. 반대로 솔직한 피드백을 품위 있게 나눌 수 있다면, 관계도 일도 더 오래 갑니다.
교훈과 메시지
겸손은 마음의 안전벨트가 되어 줍니다. 커진 마음이 나를 흔들 때 붙잡아 줘요.
감사는 관계의 숨 같습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서로를 살립니다.
솔직함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도 됩니다.
욕심은 커질수록 민망함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알려 줍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