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에는 가끔, “정말 그럴 리 없잖아?” 싶은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지요. 강아지가 씨를 뿌린다는 설정도 그래요. 엉뚱하고 신기해서 웃음이 나는데, 이야기가 끝날 즈음엔 우리 마음을 콕 찌르는 질문이 남습니다.
이 전래동화는 “재주가 있으면 돈을 벌어야지!” 같은 계산보다, “함께하는 마음이 먼저야”라는 태도를 보여 줍니다.
같은 강아지를 만나도, 형제의 마음 씀씀이가 다르니 결과도 달라집니다. 만족과 욕심의 차이가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 장면으로 또렷하게 따라가 볼게요.
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어요.
이 강아지는 ‘말’을 하진 않지만, 밥 한 끼와 다정한 한마디를 기억하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사람과 짐승 사이의 약속이 “정성”으로 이어질 때, 이야기는 훨씬 따뜻해집니다.
전래동화 : 씨 뿌리는 강아지
동생은 마음이 참 고왔고, 형은 욕심이 많았지요.
봄이 되자 동생은 혼자 밭을 갈았습니다.
흙은 부드러웠지만 밭은 너무
넓었어요.
동생은 이마에 땀을 훔치며 중얼거렸습니다.
“아휴… 누가 씨라도 뿌려주면 좋을 텐데.”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누런 강아지 한 마리가 깡충깡충 뛰어왔어요.
동생
앞에 딱 멈추더니, 씨앗 자루를 힐끗 보았습니다.
그리고는요,
밭 여기저기를 달리며 씨를 톡톡, 톡톡 뿌리기 시작했지
뭐예요!
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습니다.
“어머나, 누렁아! 네가… 씨를
뿌리니?”
누렁이는 바람처럼 밭을 오가며 씨를 골고루 뿌렸습니다.
일을 끝내고는
동생 옆에 조용히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지요.
동생은 도시락을 꺼내 누렁이에게 내밀었습니다.
“오늘 수고했지? 이 밥은
네가 다 먹어라.”
누렁이는 맛있게 밥을 먹더니, 밭 옆 길가에 벌렁 누웠습니다.
일을 잘한
강아지의 낮잠은 세상에서 제일 달콤했겠지요.
그때 비단장수가 지나가다가 길을 막은 누렁이를 보고 소리쳤습니다.
“이보시오!
강아지가 길을 막고 있잖소!”
동생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밭일을 도와주느라 고단한가 봅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비단장수는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강아지가 밭일을 한다고? 그런 말이 어디
있소! 정말이면 내 비단을 다 주겠소.”
동생은 차분히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대신 그렇지 않으면, 장수님도
약속을 지켜 주셔야 합니다.”
동생이 누렁이를 밭으로 데려가 말했습니다.
“누렁아, 다시 씨를 뿌려볼까?”
그러자 누렁이는 아까처럼 폴짝!
밭을 오가며 씨를 톡톡톡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비단장수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세상에! 이런 강아지가 다 있구려!
약속대로 비단을 가져가시오!”
하지만 동생은 손을 저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이미 충분합니다.”
비단장수는 감탄하며 길을 떠났고,
그 이야기는 동네에 금세 퍼졌습니다.
그 소문을 들은 형이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야! 그런 강아지를 두고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나한테 빌려 줘. 내가 크게 벌어볼게!”
형은 누렁이를 데리고 밭으로 갔습니다.
소 두 마리까지 끌고 가서, 더 넓게
더 많이 하려는 속셈이었지요.
누렁이는 또 씨를 뿌렸습니다.
정말 재주가 대단했어요.
그런데 점심때가 되었는데도, 형은 도시락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일 끝나면
먹으면 되지.”
형은 혼자 도시락을 냠냠 다 먹어 버렸습니다.
배가 고파진 누렁이는 힘이 빠졌습니다.
그리고는 길가에 털썩, 벌렁 누워
버렸지요.
마침 소금장수가 지나가자, 형은 크게 자랑했습니다.
“이 강아지 말이야, 씨
뿌리는 재주가 있다오!”
소금장수는 웃었습니다.
“에이, 그런 강아지가 어딨소.”
형은 눈을 번뜩이며 내기를 걸었습니다.
“내 말이 맞으면 네 소금을 다
내놔! 틀리면 내 소 두 마리를 주지!”
소금장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소. 해 봅시다.”
형은 누렁이를 밭으로 데려가 말했습니다.
“자, 해 봐! 얼른 씨 뿌려!”
하지만 누렁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배가 고프면, 마음도 발도
무거워지니까요.
형은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리고는 그만… 성질을 부리고 말았습니다.
누렁이는
깜짝 놀라 도망쳐 버렸습니다.
결국 형은 약속대로 소 두 마리를 소금장수에게 내주었습니다.
강아지도
잃고, 소도 잃고, 자랑도 다 사라졌지요.
며칠 뒤, 누렁이는 다시 동생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동생은 누렁이를 꼭
안고 말했습니다.
“그래, 너는 여기서 쉬자. 우리 천천히 해도 괜찮아.”
그 뒤로 동생은 누렁이와 함께 밭을 가꾸며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누렁이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시 즐겁게 뛰어다녔지요.
등장인물 분석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동생 | 성실함, 만족 | 따뜻함·겸손, “충분함”의 상징 | 강아지의 재주를 ‘관계’로 지키는 인물 | 얻은 것보다 ‘대하는 마음’이 더 큰 복이 된다 |
| 형 | 계산, 과욕 | 탐욕·과시, “더, 더”의 상징 | 같은 기회를 망치는 대비 역할 | 욕심은 능력마저 도망가게 만든다 |
| 누렁이(강아지) | 씨 뿌리는 재주 | 정성에 반응하는 존재, 신기함과 우정 | 형제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 재주는 이용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는 힘이 될 수 있다 |
| 비단장수 | 관찰과 인정 | 처음엔 의심, 나중엔 감탄 | 소문을 확산시키는 매개 | 신기함보다 중요한 건 ‘약속을 지키는 태도’ |
| 소금장수 | 현실적 판단 | 내기로 검증 | 형의 욕심을 드러내는 장치 | 자랑은 행동과 대가로 돌아온다 |
| 마을 사람들 | 소문과 관심 | 공동체의 눈 | 이야기의 확산·비교를 만들기 | 남의 재주를 ‘돈’으로만 보려는 시선도 있다 |
감상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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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비단을 얻을 기회가 있어도 욕심내지 않습니다. 그 장면이 이야기의 온도를 확 올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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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강아지를 ‘도구’로 대하고, 밥도 마음도 아끼다가 결국 모든 걸 잃습니다. 잃는 것은 재물만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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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가 말 대신 행동으로 선택을 보여 준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정성은 붙잡고, 욕심은 피합니다.
이야기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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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명제: 욕심은 관계를 망치고, 만족은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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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명제: 재주는 소유물이 아니라, 존중 속에서 빛난다.
오늘로 옮겨 보면, 누렁이는 ‘협업하는 동료’나 ‘함께 일하는 누군가의 재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성과만 바라보며 사람(혹은 존재)을 몰아붙이면, 재능은 금방 마릅니다. 반대로 밥 한 끼의 배려, 고생을 알아주는 말 한마디는 관계를 살리고, 결과도 오래 갑니다. 이 이야기는 그 차이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보여 줍니다.
누렁이가 씨를 뿌린다는 엉뚱한 설정 덕분에 웃으며 읽다가도, 결국 마음에 남는 건 “어떻게 대하느냐”입니다. 동생은 가진 것을 지키고, 형은 더 가지려다 잃습니다. 우리도 바쁜 날일수록, 누군가의 수고와 마음을 먼저 챙겨 보는 쪽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요?
읽으시며 떠오른 ‘내 주변의 누렁이 같은 존재’가 있다면, 댓글로 살짝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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