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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그림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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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이야기] 오늘이

제주 전래동화 오늘이: 동물 친구들의 도움 속에서 부모궁을 찾아 나서며 용기와 정체성을 발견하는 구연동화와 해설.

옛이야기 속 “길”은 늘 마음의 방향을 비추는 거울 같아요.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아이가 스스로의 뿌리를 찾아 나설 때, 그 길은 멀고도 조용히 반짝입니다. 제주 전설 〈오늘이〉는 그런 여정을 담아, 한 소녀가 도움을 받고 또 마음을 지키며 자라나는 모습을 들려줍니다.

이야기 속 오늘이는 혼자여도 외롭지 않아요. 숲과 강가의 친구들이 곁을 지켜 주고, 낯선 길에서는 연꽃과 이무기, 선녀 같은 길잡이들이 손을 내밉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약함”이 아니라 “연결”이 되는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지요.

그리고 이 이야기의 아름다운 결말은 ‘도착’만 말하지 않아요. 부모궁에 닿은 뒤에도 오늘이는 스스로 선택합니다. 내가 진짜 편안한 자리, 내가 사랑하는 관계를 다시 품는 길을요.



전래동화 : 오늘이

옛날 옛적, 넓고 푸른 강가가 흐르는 숲에 작은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아이 이름은 오늘이였답니다.

오늘이

사람들이 숲길을 지나가다가 아이를 보면 이렇게 말했지요.
“오늘 만난 아이다!”
그래서 아이 이름이 오늘이가 되었어요.

오늘이는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몰랐어요.
그래도 하루하루 잘 지냈답니다.
새들이 열매를 물어다 주고, 노루와 토끼가 풀숲 길을 안내해 주었거든요.
밤이 차가우면 짐승 친구들이 옆에 바짝 붙어 따뜻한 숨을 나눠 주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오늘이

숲길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 분이 천천히 걸어오셨어요.
할머니는 오늘이를 보자 눈을 가늘게 뜨고, 다정하게 웃었답니다.

“얘야, 너 참 곱게 자랐구나.
네 부모님 소식이 궁금하지 않니?”

오늘이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네… 궁금해요!”

할머니가 말했어요.
“네 부모님은 원천강 건너편 부모궁에 계신단다.”

오늘이는 잠깐 숨을 삼켰어요.
그리고 두 손을 꼭 쥐었지요.
‘가 보자. 내 발로 찾아가 보자.’

오늘이는 할머니께 인사하고 길을 나섰어요.
숲을 벗어나고, 바람을 지나고, 햇살이 번지는 길을 걸었답니다.

오늘이

얼마나 걸었을까요.
정자 하나가 보였어요.
정자 안에는 책을 읽는 도련님이 앉아 있었지요.
오늘이는 조심조심 다가가 두 손을 모았어요.

“도련님, 도련님.
원천강 부모궁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도련님은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어요.
“동쪽으로 가면 눌은 모래땅이 나올 거야.
거길 지나 맑은 연못으로 가면, 연못 가운데 연꽃이 길을 알려 줄 테지.”

“고맙습니다!”
오늘이는 허리를 꾸벅 숙이고 다시 걸었어요.

눌은 모래땅은 발이 푹푹 빠져서 걷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오늘이는 “하나, 둘” 하고 박자를 맞추며 발을 빼냈지요.

오늘이

마침내 맑은 연못이 반짝였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연꽃이 피어 있었어요.

오늘이는 두 손을 입에 모으고 또렷하게 불렀답니다.
“연꽃님, 연꽃님!
부모궁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세요!”

연꽃은 물결 위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며 말했어요.
“북쪽으로 가렴.
검은 모래땅을 지나면 푸른 바다가 나올 거야.
그 바다에 사는 이무기가 네 길을 더 알려 줄 거란다.”

오늘이는 “네!” 하고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연못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또 걸었지요.

오늘이

검은 모래땅은 햇빛을 머금어 따뜻했어요.
모래알이 사각사각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답니다.

그 끝에 바다가 펼쳐졌어요.
푸르고 넓고, 끝이 잘 보이지 않았지요.

오늘이

그때, 바다에서 물결이 둥글게 일렁이더니 커다란 머리가 쏙 올라왔어요.
바로 이무기였어요.
무섭게 보일까 봐 오늘이는 먼저 인사했답니다.

“이무기님, 안녕하세요.
원천강 부모궁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이무기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어요.
그리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요.
“배를 타고 이 바다를 건너면 복숭아나무 언덕이 나온다.
그 언덕 정자에 글을 읽는 처녀가 있을 테니, 그 아이에게 물어 보아라.”

오늘이

오늘이는 바다 가장자리에서 작은 배를 찾아 탔어요.
노를 잡고, 숨을 고르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지요.
“하나, 둘. 하나, 둘.”
노 젓는 소리가 바다 위에 동그랗게 퍼졌어요.

오늘이

드디어 복숭아나무 언덕에 닿았어요.
복숭아꽃 향기가 솔솔 불어왔고, 정자에는 글을 읽는 처녀가 앉아 있었답니다.
오늘이는 땀을 닦고 정자 아래에서 또박또박 물었어요.

“아가씨, 아가씨.
부모궁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오늘이

처녀는 책갈피를 끼우고 고개를 들어 미소 지었어요.
“저기 보이는 구름 걸린 바위산을 넘어가 봐.
바위 솟는 우물이 나올 거야.
그 우물가에 선녀가 있을 테니, 선녀에게 부탁하면 길이 열릴 거야.”

오늘이는 “고맙습니다!” 하고 힘을 냈어요.
바위산 길은 울퉁불퉁했지만, 오늘이는 넘어지지 않게 한 걸음씩 디뎠지요.
구름이 바위에 살짝 걸린 모습이 마치 하얀 머리띠 같았답니다.

오늘이

산을 넘으니 정말로 바위 솟는 우물이 있었어요.
우물가에는 하늘빛 옷을 입은 선녀가 서 있었지요.
오늘이는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단단히 하고, 공손히 말했어요.

“선녀님, 선녀님.
원천강 부모궁으로 가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선녀는 오늘이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좋아. 마음이 곧고 발걸음이 성실하구나.
부모궁은 원천강 가까운 곳에 있다. 내가 너를 데려다주마.”

선녀는 오늘이를 등에 업었어요.
바람이 살포시 등을 밀고, 하늘이 문처럼 열리는 느낌이 들었지요.
아래로는 강물의 빛이 반짝반짝 춤을 췄어요.

원천강 곁에 도착하니, 큰 문이 보였어요.
그 문 앞에는 문지기가 서 있었답니다.

오늘이

오늘이가 말했어요.
“문지기님, 문지기님.
부모궁 안에 계신 부모님께 오늘이가 왔다고 전해 주세요.”

문지기는 오늘이를 한 번, 또 한 번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안쪽으로 조용히 사람을 보냈지요.
잠시 뒤 말 탄 사람이 나타나 오늘이를 안으로 안내했어요.

부모궁 안은 사계절이 고운 옷처럼 펼쳐진 곳이었어요.
봄꽃이 피면 향기가 퍼지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지고,
가을에는 바람이 열매 소리를 데려오고, 겨울에는 눈이 반짝였지요.

그리고 마침내…
오늘이는 부모님을 만났어요.
서로의 손을 잡는 순간, 가슴속 빈자리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답니다.

시간이 흐르며 오늘이는 행복했어요.
하지만 밤이 되면 문득 숲이 떠올랐어요.
강가에서 함께 웃던 동물 친구들, 바람 냄새, 나뭇잎 소리 말이에요.

오늘이는 어느 날 조용히 창밖을 보며 생각했어요.
‘부모님 곁도 좋지만… 내 마음이 쉬는 곳은 숲이야.’

결국 오늘이는 부모님께 인사드렸어요.
“저는 숲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곳에도 제가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부모님은 눈가를 촉촉이 적셨지만, 고개를 끄덕여 주셨어요.
“그래, 네 마음이 가는 길이 네 길이란다.”

오늘이

오늘이는 다시 숲으로 돌아왔어요.
동물 친구들은 오늘이를 보자 폴짝폴짝 뛰고, 빙글빙글 돌고, 꼬리를 흔들었지요.
오늘이도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나 돌아왔어! 우리 다시 함께 지내자!”

그 뒤로 오늘이는 숲과 강가를 돌보며 오래오래 지냈답니다.
그리고 훗날, 오늘이는 하늘로 올라가 선녀가 되어
길을 잃은 이들을 살포시 도와주는 존재가 되었다고 해요.


등장인물 분석

인물 핵심 재주/능력 성격과 상징 이야기에서의 기능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오늘이 묻고 배우는 용기, 끈기 성장하는 주인공, ‘길을 찾는 마음’ 여정의 중심, 선택의 주체 도움을 받되 스스로 결정하는 힘
동물 친구들 돌봄과 보호 공동체, 자연의 품 출발점의 안전망 가족은 혈연만이 아니라는 감각
백주 할머니 소식과 방향 제시 운명의 문을 여는 안내자 여정의 시작을 열어 줌 삶의 전환점은 작은 말에서 시작
도련님 지식, 길 정보 배움과 예의 첫 길잡이 질문하는 태도가 길을 만든다
연꽃 맑은 통찰, 연결 정화와 희망 다음 단계로 이어 줌 마음이 맑을수록 길이 또렷
이무기 힘, 경계의 수호 두려움과 가능성의 공존 바다 건너는 힌트 제공 낯선 존재도 대화하면 동료가 된다
글 읽는 처녀 침착한 조언 사려 깊은 안내 산과 우물로 이끔 차분한 조언이 큰 용기를 준다
선녀 이동과 전환의 힘 보호자, 초월적 도움 최종 관문을 넘어 줌 도움은 ‘선물’이자 ‘책임’
문지기 규칙과 절차 경계의 질서 도착을 확인 문을 통과하려면 말과 예의가 필요
부모님 뿌리와 수용 근원, 품어 줌 정체성의 회복 사랑은 붙잡기보다 응원에 가깝다


감상포인트

  • 오늘이가 길마다 “묻고 인사하는 장면”이 반복되며, 용기가 큰 소리보다 공손한 한마디에서 시작된다는 느낌을 줍니다.

  • 길잡이들이 각자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요. 사람, 식물, 신비한 존재가 한 줄로 이어지며 ‘세상 전체가 스승’처럼 보입니다.

  • 부모궁에 도착한 뒤에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도착보다 중요한 건 ‘어디에서 마음이 편안한가’라는 질문이거든요.

  • 마지막에 선녀가 되는 결말은 보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된다”는 책임의 성장으로 읽힙니다.



이야기의 핵심

  • 핵심 명제 1: 길은 혼자 걷지만, 홀로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 핵심 명제 2: 목표에 닿는 것과 ‘내가 머물 자리’를 아는 일은 다를 수 있습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오늘이의 여정은 멘토와 네트워크를 만나며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과 닮아 있어요. 중요한 건 도움의 크기가 아니라, 도움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마지막 선택을 내 손으로 하는 마음”입니다. 그 균형이 오늘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요.



교훈과 메시지

  • 도움을 청하는 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관계를 여는 기술입니다.

  • 낯선 존재를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인사하고 질문하는 태도가 안전한 길을 만듭니다.

  • 뿌리를 찾는 일은 혈연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관계와 내가 지키고 싶은 삶을 고르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 성장의 끝은 “더 높은 곳”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따뜻한 길이 되어 주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오늘이 이야기는 긴 여정을 그리면서도, 결국 “마음이 쉬는 자리”를 조용히 묻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누구와 함께 있을 때 내가 나다워지는지요. 아이와 함께 읽을 때는 길잡이들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표정과 목소리를 바꿔 읽어 보셔도 좋아요.
읽으시며 가장 마음에 남은 길잡이는 누구였나요? 댓글로 한 장면만 콕 집어 이야기해 주시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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