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 번쯤은 상상해 보셨을 겁니다. 멀리까지 꿰뚫어 보는 눈, 바위를 들어 올리는 힘, 아무리 맞아도 끄떡없는 몸. 전래동화 「별난 재주 삼형제」는 그 상상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의 관점은 “재주 자랑”이 아니라 “재주의 쓰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흉년으로 마을이 어려움에 처하는 순간, 세 형제는 자신들의 능력을 ‘나만 살기’에 쓰지 않고, 굶주림과 부정의 한복판에서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 동화는 어린이에게는 용기와 정의감을, 어른에게는 권력과 분배의 윤리를 다시 묻는 이야기로 남아집니다.
특히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악한 개인’만을 처벌하는 결말에 머물지 않고, 왜 그런 악이 가능했는지(곡간이 쌓여 있는데 마을이 굶는 구조)까지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힘이 선해질 수도, 잔인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고, 재능이 곧 덕이 아니라 덕이 재능을 이끈다는 원칙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됩니다.
전래동화 : 별난 재주 삼형제
옛날 옛적, 푸른 산이 둘러싸고 맑은 개울이 흐르는 작은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별난 재주 삼형제”라고 불리는 형제들이 살고 있었답니다.
첫째 형은 눈이 아주 밝았어요. 산 위에 올라서면, 멀리멀리 마을 끝까지도 훤히
보였지요.
둘째 형은 힘이 정말 셌어요. 커다란 바윗돌도 번쩍 들어 올릴 만큼
천하장사였답니다.
막내는 더 신기했어요. 맞아도 아프지 않은 몸을
가졌거든요. 다른 사람이 “아야!” 하고 울 일도, 막내는 “어, 시원한데?” 하고
웃어버렸어요.
사람들은 “저 형제들 재주가 참 별나다”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부러워했답니다.
그런데 형제들은 재주를 뽐내며 살지 않았어요. 조용히 서로
돕고, 마을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냈지요.
그러던 어느 해, 큰 흉년이 찾아왔어요.
햇볕은 쨍쨍 내리쬐는데 비는 오지
않았어요. 논바닥은 쩍쩍 갈라지고, 밭의 작물들은 고개를 푹 숙였지요.
마을 사람들의 밥그릇은 점점 비어 갔고, 아이들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자주 났어요.
삼형제도 배가 고팠어요.
먹을 것이 없어서 나뭇잎도 뜯어 먹고, 뿌리도 캐어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답니다.
어느 날, 형제들이 말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산에 올라가서 먹을 것을 좀 찾아보자.”
형제들은 힘을 내서 산으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산에서 아무리 찾아도, 먹을
만한 것은 별로 없었어요.
그때 첫째 형이 바위 위로 성큼 올라갔답니다.
“내가 눈이 밝으니,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한번 볼게.”
첫째 형이 멀리멀리 마을을 내려다보자, 깜짝 놀랄 일이 보였어요.
마을은
조용하고 굴뚝에서 연기도 잘 안 나는데, 사또 집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거예요.
게다가 마당에는 음식이 한가득 차려져 있고,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고 있었지요.
첫째 형이 얼른 형제들에게 말했어요.
“사또네 곡간에 쌀가마니가 산처럼 쌓여 있어! 그런데도 사또는 사람들에게 쌀을 안 나눠 주고 있어!”
둘째 형이 주먹을 꽉 쥐었어요.
“우리 마을 사람들이 굶고 있는데, 저렇게 쌓아 두기만 한다고? 그건 옳지 않아.”
막내도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우리가 조심조심 도와드리자.”
그날 밤, 달빛이 은은할 때였어요.
삼형제는 조용히 사또 집 곡간으로
갔답니다.
둘째 형이 곡간 문 앞에 섰어요.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지요.
하지만 둘째
형이 “으랏차!” 하고 힘을 주자, 문이 “끼익…” 하고 열렸어요.
첫째 형은 멀리서 길을 살폈어요.
“지금은 사람이 안 오고 있어. 저 골목으로
가면 안전해!”
막내는 잽싸게 쌀가마니를 옮겼어요.
막내는 아프지 않은 몸이라서, 무거운
것을 옮기다가 어디에 부딪혀도 괜찮았거든요.
삼형제는 쌀을 아무 집에나 놓지 않았어요.
첫째 형이 말했어요.
“저기 저 집! 아이가 많고, 할머니가 아프신 집이야. 그 집이 먼저야.”
그렇게 형제들은 밤새도록 마을 곳곳에 쌀을 나눠 주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마을 여기저기에서 밥 짓는 냄새가 솔솔 퍼졌어요.
사람들은 놀라서 서로
물었어요.
“어머, 쌀이 어디서 났지?”
“누가 우리 집 앞에 놓고 갔을까?”
그런데 그날 아침, 사또 집에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이놈들아! 곡간이 텅 비었단 말이다! 도둑놈을 당장 잡아오너라!”
사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그리고는 마을 사람들을 관아 마당으로
끌어모았지요.
“도둑을 숨겨준 사람도 함께 벌하겠다!”
마을 사람들은 벌벌 떨었어요.
그때 막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답니다.
“사또님, 도둑은… 저입니다.”
사또의 눈이 번쩍 빛났어요.
“좋다! 그럼 본보기로 벌을 받아라! 곤장을 쳐라!”
막내는 형틀에 묶였어요.
사또가 “철썩!” 하고 곤장을 내리쳤지요.
그런데 막내는 울지 않았어요.
막내가 오히려 말했답니다.
“어이구, 시원합니다! 더 세게 해 보시지요!”
사또가 깜짝 놀랐어요.
“뭐라고? 시원하다고?”
사또가 더 힘껏 “철썩! 철썩!” 내리쳤지만, 막내는 하품까지 하며 말했어요.
“그 정도로는 간지럽기만 한데요?”
관아 마당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웅성했어요.
사또의 얼굴은 점점 빨개졌고,
곤장을 든 팔도 점점 힘이 빠졌지요.
결국 사또가 곤장을 툭 내려놓았답니다.
“도대체… 너는 어떤 녀석이냐…!”
그때 첫째 형이 앞으로 나섰어요.
그리고 또렷하게 말했지요.
“사또님, 마을 사람들은 굶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또님 곡간에는 쌀이 산처럼 쌓여 있었지요. 그 쌀은 마을 사람들이 흘린 땀으로 모인 것입니다.”
둘째 형도 한마디 했어요.
“힘센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지켜주는 겁니다.”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그동안 꾹 참고 있던 마음이, “맞아요”
하고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요.
사또는 더는 큰소리를 낼 수 없었어요.
결국 사또의 욕심과 나쁜 짓이 드러나
벌을 받게 되었고, 마을에는 곡식이 공정하게 나뉘게 되었답니다.
흉년은 당장 사라지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함께 힘을 모아 견뎠어요.
밥
짓는 연기가 다시 피어올랐고,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조금씩 돌아왔지요.
삼형제는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지만, 자랑하지 않았어요.
그저 서로를 보며
조용히 말했답니다.
“재주는 자랑하려고 있는 게 아니야.”
“사람을 살리는 데 써야 진짜 값어치가
있지.”
그 뒤로도 삼형제는 서로 도우며, 마을과 함께 따뜻하게 살아갔다고 합니다.
등장인물 분석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맏형 | 밝은 눈, 원거리 관찰 | 통찰·감시·증거의 상징 | “불의가 어디서 작동하는지”를 발견하고 작전을 설계 | 정의는 감정만으로 부족하며, 사실을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
| 둘째 | 천하장사, 압도적 힘 | 실행력·공공력의 상징 | 곡간을 열고 물자를 이동시키는 실질적 해결 | 힘은 폭력이 아니라, 막힌 길을 여는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
| 막내 | 매를 맞아도 아프지 않음 | 저항·유머·두려움 극복의 상징 | 사또의 처벌을 무력화해 공동체를 보호, 책임을 분담 | 용기는 강함이 아니라, 남을 살리기 위해 앞에 서는 태도입니다 |
| 사또 | 권력·곡식·형벌 | 탐욕·부패·불평등 구조의 상징 | 위기의 자원을 독점하고 공포로 통치 | 권력은 감시받지 않으면 약자를 먼저 굶깁니다 |
| 마을 사람들 | 굶주림 속 생존 | 공동체의 취약성과 연대 가능성 | 피해자이자 변화의 주체(진정·연대의 기반) | 도움을 받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구조를 바꾸는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
감상포인트
첫째, “재능의 윤리”가 이야기의 중심축입니다. 세 형제는 능력의 크기를 과시하지 않습니다. 능력이 드러나는 순간은 언제나 누군가를 살리거나, 누군가의 억울함을 덜어 주는 장면입니다. 전래동화가 종종 “착한 사람은 복 받는다”로 끝날 때가 있지만, 이 작품은 “능력이 착함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날카롭게 보여 줍니다.
둘째, 흉년이라는 재난 상황이 도덕적 실험장으로 작동합니다. 평소에는 숨겨져 있던 권력의 민낯이 위기 속에서 드러납니다. 모두가 굶는데 곡간이 가득한 집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재난이 자연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분배와 권력의 문제로 확장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셋째, ‘정의 구현’의 방식이 폭력이 아니라 연대와 전략이라는 점이 좋습니다. 둘째의 힘이 폭력으로 흐르지 않도록 맏형의 통찰이 조율하고, 막내의 기지가 사람들의 피해를 막습니다. 능력들이 서로를 제어하고 보완하면서 “공동의 선을 향한 팀워크”로 전환됩니다.
넷째, 막내의 장면은 풍자이면서도 정치적입니다. 곤장은 권력이 사람을 굴복시키는 대표적인 장치인데, 막내가 아파하지 않자 형벌의 공포가 무력해집니다. 권력은 물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고 ‘두려움’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동화는 웃음으로 보여 줍니다.
다섯째, 마을 사람들의 존재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떨지만, 막내의 저항을 목격하며 시선을 바꿉니다. 그 변화는 “정의는 영웅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목격자들이 연대할 때 비로소 굳어진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이야기의 핵심
이 동화가 전하는 핵심은 “재주가 곧 선이 아니며, 재주는 공공의 방향을 만날 때 가치가 된다”는 원칙입니다. 밝은 눈은 감시와 증거가 되고, 힘은 물자를 이동시키는 공공의 손이 되며, 고통을 견디는 몸은 권력의 공포를 무너뜨리는 저항이 됩니다. 세 능력은 서로 다르지만, 한 방향(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묶일 때 비로소 ‘정의’라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사또의 곡간은 재난 속 자원 독점, 정보 비대칭, 부패한 행정의 은유로도 읽힙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린이에게는 “힘을 남 돕는 데 쓰자”로, 어른에게는 “권력과 분배를 감시하고 공정한 절차를 세우자”로 확장됩니다. 공공 영역에서 중요한 공정성의 감각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사람들은 배고픔 앞에서 ‘필요에 따른 우선순위’를 원하고, 동시에 ‘부정한 축적이 처벌받는 절차’를 원합니다. 두 가지가 함께 설 때 공동체는 다시 신뢰를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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