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편으로는, 억울하게 내몰린 막내가 시간이 흐른 뒤 지혜와 용기로 스스로를 지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말이 왜 나왔는지 한 번 더 묻는 태도. 오늘은 그 중요한 장면들을 아이 눈높이에 맞춰 또렷하게 들려드릴게요.
전래동화 : 여우 누이
옛날 옛적, 산자락 가까운 조용한 마을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아들은 여럿인데 딸이 없어, 부부는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지요.
“산신님, 우리 집에도 딸 하나만 내려 주세요.”
부부는 정성껏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예쁜 딸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볼이 복숭아처럼
발그레하고, 눈은 별처럼 반짝였지요.
“아이고, 우리 딸이다!”
부모도 오빠들도 어찌나 기뻐했는지, 집안이
환해졌습니다.
그런데 딸이 자라면서, 집안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축들이
이유 없이 기운을 잃고 쓰러지고, 닭장도 돼지우리도 조용해졌습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이건 병도 아닌데…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오늘 밤부터 돌아가며 우리를
지켜 보아라.”
첫째 오빠가 나섰습니다.
달빛이 마당에 누워 있는 깊은 밤이었지요.
그때, 살금살금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첫째 오빠는 숨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인 건,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여동생이 우리 곁에
앉아 가축을 쓰다듬더니, 무언가 기운을 훔쳐 먹는 듯 입가를
훔치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오빠는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설마… 우리 여동생이?”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서워서도, 믿고 싶지 않아서도요.
다음 날, 둘째 오빠가 지켰습니다.
그리고 둘째 오빠도 똑같은 장면을
보았습니다.
둘째 오빠 역시 말을 못 했습니다.
“말하면… 우리 집이 무너질 것 같아.”
그렇게
두 오빠는 침묵했지요.
마지막으로 막내가 나섰습니다.
막내는 눈을 크게 뜨고 끝까지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막내는 아버지께 말했습니다.
“아버지, 여동생이… 가축들
곁에서 이상한 짓을 해요. 우리 집이 위험해요.”
하지만 아버지는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네가 감히 네 여동생을 의심해?
나쁜 마음을 품었구나!”
아버지는 막내를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막내는 억울했지만, 더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데요…”
막내는 뒷걸음질치듯 집을
떠났습니다.
바람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밤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막내는 다른 고을에서 살림을 잡고, 마음 따뜻한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막내의 마음이 자꾸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우리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막내가 조심스레 말하자, 아내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당신, 돌아가면
위험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막내의 마음은 굳었습니다.
아내는 말없이 작은 병 세 개를
꺼냈습니다.
“이건 파란 병, 이건 초록 병, 그리고 이건 붉은 병이에요.
정말 급할 때만,
꼭 순서대로 써요.”
막내는 병을 품에 넣고 길을 나섰습니다.
고향에 도착했을 때, 막내는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예전의 집은 보이지
않았고, 마당은 잡초가 가득했습니다.
문짝은 삐걱, 지붕은 축 늘어져
있었지요.
“아버지… 어머니… 형님들…”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그때, 폐허 사이로 고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라버니?”
여동생이었습니다.
여전히 사람 모습이었지만, 웃는 눈끝이 어딘가
날카로웠습니다.
“돌아오셨네요. 그동안 보고 싶었어요.”
여동생은 너무 반가운 척
다가왔습니다.
막내는 속으로 단단히 마음을 잡았습니다.
“티 내면 안 돼. 침착하게.”
막내는 일부러 배고픈 얼굴을 했습니다.
“부추전이 먹고 싶구나. 부추를 따
오겠니?”
여동생은 활짝 웃었습니다.
“그럼요, 오라버니!”
그런데 여동생은 막내가 도망칠까 봐, 끈을 꺼내 막내 허리에 살짝
묶었습니다.
그리고 끈 끝을 자기 손목에 감았지요.
“잠깐만요. 금방 따 올게요.”
여동생이 밖으로 나가자, 막내는 재빨리 끈을
풀어 문고리에 묶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숨도 크게 못
쉬고, 살금살금 밖으로 빠져나왔지요.
잠시 뒤, 여동생이 돌아왔습니다.
“오라버니? 어라…?”
여동생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라졌습니다.
웃음이 사라지고, 눈빛이
번뜩였지요.
“도망갔구나.”
여동생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달빛 아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났습니다.
막내도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뒤에서 “사각사각” 풀잎 밟는 소리가
따라붙었습니다.
막내는 첫 번째, 파란 병을 꺼냈습니다.
“지켜 줘!”
촤르르르—!
파란 병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더니, 금세
넓은 냇물이 되었습니다.
막내는 냇물을 건너며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하지만 뒤쪽에서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동생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막내는 두 번째, 초록 병을 꺼냈습니다.
“이번엔 길을
막아 줘!”
후두두둑—!
초록 병에서 초록빛 씨앗들이 튀어나오더니,
가시덤불 숲이 우뚝 솟았습니다.
여동생은 잠깐 멈칫했습니다.
그러나 곧 몸을 비틀며, 가시덤불 사이로 기어
나왔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눈빛이었습니다.
막내는 마지막, 붉은 병을 꼭 쥐었습니다.
손이 떨렸지만,
마음은 또렷했지요.
“이제… 그만해!”
펑—!
붉은 병에서 따뜻한 불빛이 퍼져 나와, 길 위에
붉은 울타리처럼 둘러섰습니다.
여동생은 그 불빛 앞에서
“캭!” 하고 소리를 내더니, 여우 그림자처럼 흔들렸습니다.
그리고는 바람에 날리는 연기처럼, 사르르— 사라져 버렸습니다.
밤공기가
한결 조용해졌습니다.
막내는 한참을 서 있다가, 천천히 숨을 골랐습니다.
“아내 말이 맞았구나…”
막내는 고향을 뒤로하고 돌아섰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더 단단히 손을 잡고 살았답니다.
등장인물 분석
| 인물 | 핵심 재주/능력 | 성격과 상징 | 이야기에서의 기능 |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 |
|---|---|---|---|---|
| 막내아들 | 관찰력, 판단력, 실행 용기 | ‘진실을 말하는 사람’, 늦게라도 행동하는 용기 | 숨겨진 위험을 밝히고 위기를 벗어남 | 불편한 진실을 말할 때도 필요하며, 침착한 대처가 길을 만든다는 점 |
| 여우 누이 | 변신, 유혹, 집요함 | 달콤한 겉모습 뒤의 위험, 욕망의 그림자 | 가족의 눈을 흐리고 파국을 부름 | 겉모습보다 행동을 보아야 하며, 경계심은 나를 지키는 힘이 됨 |
| 아버지 | 권위, 결정권 | 믿고 싶은 마음에 휘둘리는 권위 | 막내를 내쫓으며 비극의 문을 엶 | 듣기보다 단정할 때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 |
| 첫째·둘째 오빠 | 침묵, 회피 | ‘보았지만 말하지 않는 사람들’ | 문제를 키우는 방관의 역할 | 침묵이 안전해 보일 때도, 결국 더 큰 손해로 돌아올 수 있음 |
| 막내의 아내 | 준비, 지원, 통찰 | 현실 감각과 보호의 지혜 | 병을 건네 막내를 살림 | 혼자만의 용기보다, 서로 돕는 지혜가 생존을 넓힌다는 점 |
감상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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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도 말하지 못한 마음”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첫째와 둘째의 침묵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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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쫓겨나는 장면은 억울함을 넘어, 권위가 진실을 가려 버리는 순간을 또렷하게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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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병·초록 병·붉은 병은 마법 도구이면서도, 실제로는 **위기 대응의 순서(거리 두기→장애물 만들기→최후의 방어)**처럼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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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누이는 “밖의 괴물”이 아니라 “집 안으로 들어온 위험”이라서, 이야기가 더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더더욱 경청과 검증이 중요해집니다.
이야기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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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명제 1: 가족이라도, 말의 진위를 살피는 태도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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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명제 2: 용기는 ‘맞서 싸움’보다 ‘침착한 선택’에서 자라납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소문과 감정이 앞서는 집단에서 내부 고발자나 문제 제기자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떠올리게 합니다. ‘누가 말했는가’만 따지면 진실은 늦어지고, 피해는 커집니다. 그래서 “그 말이 싫다”와 “그 말이 틀렸다”를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교훈과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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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라도, 행동과 사실을 함께 보려는 마음이 관계를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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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도 한 걸음 내딛는 용기, 그리고 도움을 받아들이는 지혜가 위기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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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더 차분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여우 누이”는 무서운 이야기를 빌려, 사실은 우리 마음속 습관을 비춰 줍니다. 듣기 싫은 말일수록 한 번 더 묻고, 확인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결국 가족도 나도 지킨다는 걸요.
읽고 나서 떠오른 장면이 있으셨나요? 여러분이라면 막내의 말을 들은 아버지에게 어떤 한마디를 건네고 싶으신지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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