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에는 참 정감 가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습니다.
어우렁더우렁 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무심코 지나가는 단어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어우렁더우렁"이라는 표현은 종종 사용되는 단어인데,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 함께 웃고 울며 인연을 맺는 삶의 여정을 표현하는데 사용되곤합니다.
특히 문학과 역사 속에서 사용되며, 공동체 정신, 화합, 삶의 무상함과 같은 철학적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어우렁더우렁, 한 줄로 말하면
“여러 사람이 한데 섞여 들떠 지내는 ‘관계의 북적임’”입니다. 국립국어원
자료(‘아름다운 우리말’)에서도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들떠서 지내는 모양”으로 뜻풀이가
제시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 계열 풀이를 인용한 자료들도 같은 정의를
확인해 줍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은 “소리”보다 “상태”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소음, 잔칫집의 웃음소리 같은 청각적 풍경을 떠올리게 하지만, 중심 의미는 “시끄러움”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활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우렁더우렁’은 분위기 묘사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체온을 함께 이야기하는 말이 됩니다.
‘어우렁더우렁’의 의미 핵심 3층 구조
첫째, 관계의 밀도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이 붙어 대화하고, 눈빛이 오가고, 작은 사건이 곧바로 소문이 되고, 다시 화해가 이어지는 그 리듬이 들어 있습니다.둘째, 감정의 들뜸입니다. ‘들떠서 지내는 모양’이라는 풀이가 말해 주듯, 차분한 고요보다는 웃음·농담·투정·흥정 같은 생동이 더 잘 어울립니다.
셋째, 약간의 무질서입니다. 북적임에는 정돈되지 않은 결이 섞입니다. 그래서 문맥에 따라 따뜻하게도, 약간 피곤하게도 읽힙니다. 추석 가족 모임에서 “정신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장터에서 “살아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비슷한 말과 ‘어우렁더우렁’의 차이
‘왁자지껄’이 소리에 더 가깝고, ‘북적북적’이 인원 밀도에 더 가깝다면, ‘어우렁더우렁’은 “사람-사람 관계가 섞이는 장면”에 가장 가깝습니다.- "왁자지껄":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 "시끌벅적": 많은 사람이 모여 떠들썩한 분위기
- "와글와글": 작은 소리들이 끊임없이 들리는 느낌
- "북적북적": 사람이 많아 붐비는 상태
| 표현 | 중심 초점 | 정서 결 | 어울리는 장면 |
|---|---|---|---|
| 왁자지껄 | 소리(시끄러움) | 흥겹고 크게 터짐 | 축제, 술자리 |
| 시끌벅적 | 분위기(떠들썩함) | 활기+소란 | 시장, 행사장 |
| 와글와글 | 잔소리·군중감 | 자잘하게 지속 | 학생들 복도, 대기줄 |
| 북적북적 | 인파(붐빔) | 밀도감 | 출퇴근길, 번화가 |
| 어우렁더우렁 | 관계의 섞임 | 정감+들뜸(때론 피로) | 마을·장터·모임·인연 서사 |
‘어우렁더우렁’이라는 단어에 “정감”이 묻어나는 이유
‘어우렁더우렁’이 유독 정겹게 들리는 건, 말이 가리키는 장면 속에 “나 혼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옆에 있고, 누군가 끼어들고, 말이 겹치고, 웃음이 함께하는 것처럼 이 단어는 한국어의 공동체적 기억(두레·품앗이·마을잔치 같은 풍경)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실제로 토박이말을 풀어 소개하는 글에서도 ‘어우렁더우렁’이 함께 어울리는 삶의 상태로 설명됩니다.
“어우렁더우렁하다”처럼 동사형으로도 사용되며, 사람의 생활 태도까지 묘사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 동네에서 늘 어우렁더우렁 산다” 같은 문장은 “인맥이 넓다”보다 더 따뜻한 정서를 남길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용
"전통시장은 언제 가도 어우렁더우렁 시끌벅적해서 활기가 넘쳐!"→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며 상인들과 손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마을 잔치에서 다들 어우렁더우렁 어울려서 정말 즐거웠어!"
→ 흥겨운 음악과 함께 사람들이 어울려 놀고 떠드는 모습
"추석 때 친척들이 다 모이니 어우렁더우렁 정신이 없더라."
→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
"이 소설은 다양한 인물들이 어우렁더우렁 얽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느낌
"이 영화는 어우렁더우렁한 시장 풍경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야."
→ 사람들 간의 갈등과 화합이 동시에 나타나는 장면
조금 억지스러운 문장도 있지만 대략 이렇게 사용된다고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이 표현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 사회는 두레문화, 풍물놀이, 마당놀이 등 공동체 문화가 강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자연스러웠죠.
이러한 전통문화 속에서 "어우렁더우렁"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이라 생각됩니다.
만해 한용운과 ‘어우렁 더우렁’: 왜 이 말이 시의 제목이 되었나
만해 한용운(1879–1944)은 불교 승려이자 시인이며, 식민지 시기 사회·정치 현실 속에서 정신의 자유와 저항의 언어를 함께 길어 올린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억압 속에서 불교적 사유와 민족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함께 담아 작품을 창작했는데, 그의 대표작 『님의 침묵』은 저항과 사랑, 그리고 자유를 노래한 작품이지만, 「어우렁 더우렁」은 보다 철학적이고 인생의 흐름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가 1933년 지어 머물렀던 ‘심우장’은 독립운동가들과의 교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만해는 삶을 ‘윤회의 소풍길’로 부르며, 그 소풍길이 사랑과 미움, 후회와 웃음이 뒤섞인 자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어우렁 더우렁’은 군중의 소리라기보다 존재의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 됩니다.
어우렁 더우렁」 전문과 핵심 해석
(아래 전문은 널리 인용되는 판본을 기준으로 옮겼으며, 편집에 따라 일부 어휘·띄어쓰기 차이가 존재합니다.)
어우렁~ 더우렁~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봄날의 영화
꿈인 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했겠지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한 세상 세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빈말 안 되게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보자
이 시를 ‘연별’로 나누어 보실 때, 다음 4가지 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무상(無常)의 리듬입니다. “와서는 가고 / 입고는 벗고 / 잡으면 놓아야”가 한 호흡으로 이어지면서, 생의 가장 확실한 법칙을 한 번에 내밀어 보입니다. "삶은 왔다가 가는 과정이며, 인연도 언젠가 헤어질 운명이다."와 같이 들어옴과 나감, 취함과 놓음, 만남과 떠남이 하나로 해석되면서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든 인연이 되어 함께하고 있다."로 해석할 수있듯이, 삶이란 붙잡는 일이 아니라 내려놓는 연습이라는 메시지와 같이 불교적인 무상(無常)의 철학이 담김가 또렷해집니다.
둘째, 연기(緣起)·인연의 경이입니다.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는 로맨틱한 감탄처럼 읽히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관계의 출발을 개인의 의지에만 돌리지 않습니다. 우연과 필연, 시대와 환경, 업(業)과 선택이 엮인 지점에서 인연이 생겼다고 말하면서 “왜 하필 너였을까?”가 아니라 “우리의 만남이 어떤 의미로 자라날까?”로 이어집니다.
셋째, 사랑과 미움의 공존입니다.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과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이 같은 삶의 풍경을 동시에 제시하며, 삶의 복합적인 감정을 이해하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사랑이 풍성하다는 말 속에도, 미움이 얽힌 현실이 공존함을 말하고, 고통과 기쁨이 함께 하는것이 인생임을 표현하면서 만해는 이 복합성을 지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복합성 덕분에 “인연”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넷째, 삶에 대한 긍정의 결기입니다. “말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은 긍정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부정으로 볼수 있을까요. 만해는 어떤 고난이 있어도 살아가는 것이 죽는 것보다 나으며, 우리의 삶이 의미가 있으려면 서로 어우러지며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전합니다. 결국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죠.
"어우렁더우렁 살아가자"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늘 누군가와 얽혀 살아갑니다.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프지만, 함께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왕이면 웃고 떠들며, 즐겁게 "어우렁더우렁" 살아보자!
왜 하필 ‘어우렁 더우렁’인가: 제목의 문학적 장치
이 단어는 반복될 때 표현이 더 살아납니다.“어우렁~ 더우렁~”이 맨 앞에 놓이면서, 독자는 어느새 장터의 소리 같은 울림을 듣습니다. 동시에 그 울림이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문장으로 연결됩니다.
소리의 흥겨움 → 삶의 진실 → 다시 삶의 긍정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제목은 그래서 서정적 장식이 아니라, 시 전체의 철학을 여는 입구가 됩니다.
“우리는 사랑과 미움이 뒤섞인 인연의 길에서, 어우렁더우렁 울고 웃으며 삶을 완성해 가는 존재입니다.”
‘어우렁더우렁 살아가자’
현대의 삶은 빠르고, 관계는 얇아지기 쉽습니다.그럴수록 ‘어우렁더우렁’이라는 말이 가진 인간적 무게가 더 소중해지는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관계가 복잡해질 때마다, 만해의 이 문장을 '어우렁더우렁 살아가자'를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잡은 손을 언젠가 놓아야 한다면, 남는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다정하게 건네며 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결론은 한 가지 입니다.
어차피 가야하는 인생이 소풍길이라면, 원
없이 울고 웃다가, 어우렁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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