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늘 뜨겁고, 때로는 피로감을 주는 주제입니다. 뉴스를 켜면 국회 공방이 나오고, SNS를 열면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조롱합니다. 그래서 “정치는 시끄럽다”, “정치는 더럽다”, “정치는 나와 상관없다”는 말이 습관처럼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보면, 그 ‘시끄러움’은 정치가 본래 다루는 문제가 그만큼 크고 복잡하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정치는 원래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누가 무엇을 얻고 잃는지, 어떤 규칙으로 결정할지, 그 결정을 누가 책임질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치의 정확한 의미를 잡지 못하면, 정치에 대한 태도도 흔들리기 쉽습니다.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면 정치 뉴스를 “그들만의 싸움”으로만 해석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정치 참여의 의미도 옅어집니다. 반대로 정치의 의미가 분명해지면, 정치가 우리 삶에 끼어드는 방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세금, 우리 동네의 도서관·보육시설·복지관 예산, 청년 주거 정책, 의사·간호사 직역 갈등이 정책으로 번역되는 과정까지, 모두가 ‘정치의 언어’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1 정치의 개념: 정치는 ‘권력’으로 ‘공적 결정’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정치를 가장 쉽게 정의하려면, 정치가 다루는 대상부터 잡아야 합니다. 정치가 다루는 핵심 대상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권력(power)입니다. 여기서 권력은 “다른 사람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둘째, 희소한 가치의 배분입니다. 예산, 기회, 지위, 권리처럼 모두가 원하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들이 사회에는 많습니다. 셋째, 갈등의 조정과 결정의 정당화입니다. 갈등이 생기면 결론이 필요하고, 결론은 누군가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 “왜 이 결정이 받아들여져야 하는가”라는 정당성 문제가 함께 따라옵니다.
정치학에서 유명한 표현으로는 라스웰(Harold Lasswell)의 “정치는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는가’의 문제”라는 요약이 있습니다. 이 표현이 오랫동안 인용되는 이유는, 정치가 감정 싸움이 아니라 배분의 구조를 다룬다는 점을 압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대표적 정의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를 “사회 전체에서 가치가 권위적으로 배분되는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권위적’이라는 말은 폭력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결정이 집행력을 갖고 사회를 구속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사전 정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옥스퍼드 학습사전은 정치를 “공적 삶에서 권력을 얻고 사용하며, 사회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좌우하는 활동”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정치는 “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을 가르는 도덕 시험이 아니라, 상충하는 가치와 이해관계를 사회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정책은 늘 선택을 동반합니다. A에 예산을 더 넣으면 B는 줄어듭니다. 규제를 강화하면 안전은 올라갈 수 있지만 비용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복지를 확대하면 삶의 안전망은 두꺼워질 수 있지만 재원 조달 방식(세금·보험료)이 갈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는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결론”을 자주 만들지 못합니다. 대신 갈등을 폭력이 아니라 규칙과 절차로 다루게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그 장치가 무너지면, 남는 것은 힘의 충돌과 불신뿐입니다.
2 좁은 의미의 정치와 넓은 의미의 정치: ‘국가의 정치’만 보지 마셔야 합니다
정치를 떠올리면 많은 분들이 먼저 국가기관을 생각하십니다. 선거, 국회, 대통령, 정당, 장관, 정책 발표 같은 장면이요. 이 관점은 정치의 한 축이 맞습니다. 다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교육 현장이나 교과서 해설 자료에서는 보통 정치의 의미를 좁은 의미(국가 차원 중심)와 넓은 의미(사회집단 전반)로 구분해 설명합니다.
아래 표로 정리해보면, 독자분들이 가장 헷갈려 하시는 지점이 한 번에 풀립니다.
| 구분 | 핵심 초점 | 주요 무대 | 대표 사례 |
|---|---|---|---|
| 좁은 의미의 정치 | 정치권력의 획득·유지·행사 | 국가, 정부, 국회, 정당 | 선거·투표, 입법, 국정 운영 |
| 넓은 의미의 정치 | 이해관계 갈등의 조정·해결, 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 | 국가를 포함한 모든 사회 집단 | 예산 배분을 둘러싼 지역 갈등, 공공시설 설치 갈등, 직능·노사 갈등 |
이 구분을 받아들이면 정치가 갑자기 ‘생활 언어’로 내려옵니다. 금성출판사 티칭백과도 넓은 의미의 정치에 대해 “사회 구성원 간 이해관계와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으로 설명하면서, 학급회의나 주민 토론회 같은 일상 장면까지 포괄합니다.
결국 좁은 의미의 정치는 “국가 권력이 작동하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고, 넓은 의미의 정치는 “공동체가 갈등을 다루는 방식 전체”를 품습니다. 그래서 정치를 국가로만 가두면, 우리는 정치를 ‘관전’하게 됩니다. 반대로 정치를 넓게 이해하면, 우리는 정치를 ‘참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떤 절차로 했는지 묻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3 정치인이란? ‘정치의 직업화’와 ‘책임의 집중’이 만나는 자리입니다
정치인을 떠올리면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어떤 분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을, 어떤 분은 “권력을 가진 사람”을, 또 다른 분은 “말이 많은 사람”을 떠올립니다. 감정이 섞이기 쉬운 단어지만, 개념을 먼저 잡으면 훨씬 정리됩니다. 브리태니커 사전은 정치인을 “정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 보통 선출직 공직자”로 정의합니다.
정치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치가 직업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대국가의 규모에서는 모든 시민이 매 순간 정책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민은 대표를 뽑고, 대표는 입법·예산·감시·정책 방향 설정을 맡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은 몇 가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대표(Representation): 이해관계를 ‘대신 말하는’ 기능입니다. 지역 대표, 직능 대표, 세대 대표, 이념 대표가 모두 여기에 걸립니다. 대표가 왜 갈등을 만들기도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표가 갈등을 ‘발명’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갈등을 정치의 무대 위로 끌어올려 가시화하기 때문입니다.
결정(Decision-making): 갈등이 확인되면 결론이 필요합니다. 결론은 법률, 예산, 행정 명령, 규제 설계 같은 형태로 ‘문서화’됩니다. 여기서 정치인의 역량은 슬로건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설계 능력에서 드러납니다.
책임(Accountability):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평가받습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대중 앞에서 설명해야 하고, 성과와 실패가 기록됩니다. 이 책임 구조가 작동할수록, 권력은 통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정치인과 공무원의 차이를 같이 정리해두면 더 명확해집니다. 공무원(관료)은 법과 제도에 따라 정책을 설계·집행하는 전문가 집단이고, 정치인은 그 정책의 방향과 가치 선택을 두고 경쟁하는 대표자입니다. 둘은 대립 관계라기보다, 역할이 분업된 관계에 가깝습니다. 정치인이 “무엇을 우선할지”를 놓고 경쟁한다면, 공무원은 “그 우선순위를 실행 가능한 제도”로 바꾸는 역할을 맡습니다.
4 정치는 왜 필요할까? 갈등을 ‘규칙’으로 바꾸는 사회의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정치는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할까요. 저는 이 질문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래 다섯 가지는 서로 따로 노는 이유가 아니라, 서로를 밀어 올리며 연결되는 이유들입니다.
첫째,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폭력’이 아니라 ‘규칙’으로 다루게 합니다.
사회는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집합입니다. 갈등이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중요한 것은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정치가 약해지면 갈등은 힘의 크기로 처리되기 쉬워지고, 강한 집단이 약한 집단을 밀어내기 쉽습니다. 반대로 정치가 작동하면 갈등은 절차 속으로 들어갑니다. 법, 예산, 행정 절차, 공론장, 협상 테이블이 작동하는 순간 갈등은 “누가 더 세냐”에서 “어떤 근거가 더 설득력 있느냐”로 이동할 여지가 생깁니다.둘째, 정치는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는 기준을 만듭니다.
희소한 자원은 늘 부족합니다. 그래서 배분 기준이 중요합니다. 금성출판사 티칭백과도 정치의 기능으로 “사회 희소 자원의 배분 원칙 제공, 사회 통합과 질서 유지”를 함께 제시합니다.배분 기준이 불투명하면, 사람들은 결과보다 절차에서 상처를 받습니다. “왜 저 사람에게 갔지?”라는 의심이 쌓이고, 공동체의 신뢰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정치는 돈과 자원을 나눠주는 행위가 아니라, 그 배분이 설명 가능하고 납득 가능한 규칙을 갖추게 하는 과정입니다.
셋째, 정치는 사회 변화를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이끕니다.
변화는 늘 일어납니다. 기술이 바뀌고, 인구구조가 바뀌고, 국제 질서가 바뀝니다. 문제는 변화가 “좋은 변화”로 정렬되는가입니다. 정치가 없다면 변화는 시장이나 우연에 맡겨질 수 있습니다. 정치가 있으면 변화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조정될 수 있습니다. 주거, 노동, 교육, 보건, 기후정책은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라서, 정치적 결정을 통해 방향이 잡힐 때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넷째, 정치는 시민 참여를 통해 ‘결정의 정당성’을 만들어냅니다.
민주주의에서 정치가 중요하다는 말은, 정치가 시민을 대신해 결정한다는 말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시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정치는 쉽게 “대표의 자기 논리”로 굳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참여의 핵심은 투표만이 아닙니다. 공청회, 지역 의제 참여, 주민참여예산, 시민단체 활동, 온라인 공론장 참여까지 폭이 넓습니다. 참여는 번거롭지만, 참여가 줄어들면 정치는 더 소란스러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가 끼지 못한 결정”은 납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여기서 정치 참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명한 모형이 있습니다. ‘투표의 계산’으로 알려진 리커–오디슈크(Riker–Ordeshook)식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
R = P \times B - C + D
\]
\(R\): 투표(참여)로 얻는 기대 효용
\(P\): 내가 참여해 결과를 바꿀 확률
\(B\): 바뀐 결과로 얻는 편익
\(C\): 참여 비용(시간, 정보 탐색, 이동)
\(D\): 시민으로서의 만족감, 의무감, 소속감
현실에서 (P)가 매우 작게 느껴져서 참여가 줄곤 합니다. 그래서 사회는 (C)를 낮추는 장치(사전투표, 정보 제공, 접근성 개선)를 만들고, (D)를 키우는 문화(시민교육, 공론장 신뢰)를 길러야 합니다. 정치가 중요하다는 말은, 이런 장치의 품질이 곧 민주주의의 품질로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정치는 권력 남용을 막는 ‘견제와 균형’의 설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권력은 집중되면 오남용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서로 감시하게 만듭니다. 입법·행정·사법의 분리, 감사 제도, 언론의 감시, 시민사회의 감시, 정보공개 제도 같은 장치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말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과 별개로 권력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구조가 유지된다는 뜻입니다.5 2025년의 ‘정치 중요성’이 더 커진 이유: 신뢰와 정보환경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왜 중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요즘은 한 단어가 더해집니다. 바로 신뢰입니다. OECD는 2024년 ‘공공기관 신뢰의 동인(Drivers of Trust)’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가별 신뢰 수준과 신뢰를 좌우하는 요인(공정성, 대응성, 정직성, 개방성, 신뢰성 등)을 함께 제시합니다.
한국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국가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거나 중간 정도로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37%로 제시되며 OECD 평균(39%)과 비교되는 자료도 함께 제공됩니다.
이 수치 자체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따로 있습니다. 시민들은 정부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지, 최선의 근거를 사용해 결정하는지 같은 요소를 신뢰의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정보환경의 급변입니다. 생성형 AI와 합성 미디어(딥페이크)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규칙을 바꾸고 있습니다. OECD는 정보무결성(information integrity)과 허위정보 대응을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로 다루며, 투명성·책임성·사회적 회복력 같은 정책 방향을 제시합니다.
유네스코 역시 딥페이크가 “무엇이 사실인가”를 판단하는 환경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인식론적 역량(검증·판별 능력)과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유럽 쪽에서도 선거와 디지털 기술·AI를 둘러싼 규범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정치가 “말싸움”이어서 중요한 게 아니라, 사실 판단–정책 선택–책임 추궁의 연결고리가 흔들릴 수 있어서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합의의 토대가 되는 정보가 오염되면, 사회는 더 쉽게 분열되고, 정치는 더 쉽게 감정 동원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25년의 정치학은 ‘정책’만이 아니라 ‘정보의 질’까지 정치의 범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좁은 의미의 정치는 국가의 권력 작동 장면을 보여주고, 넓은 의미의 정치는 우리의 일상과 조직,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 조정까지 포괄합니다.
정치인은 그 과정에서 대표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지지하기 이전에, 정치인이 어떤 구조 속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정치가 필요한 이유는 결국 한 가지로 모입니다. 갈등을 힘이 아니라 규칙으로 다루기 위해서입니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이 사회의 품질을 가릅니다. 정치가 잘 작동하면 갈등은 절차 속으로 들어가고, 불만은 제도 안에서 표현될 여지가 생깁니다. 정치가 약해지면 갈등은 비난과 혐오로 흐르기 쉽고, 공동체는 ‘함께 산다’는 감각을 잃기 쉽습니다. 그래서 정치는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정치가 더 중요해질 이유도 분명합니다. 신뢰가 흔들리면 정책은 설득을 잃고, 정보환경이 흔들리면 민주주의의 토대가 약해집니다. OECD의 신뢰 조사나 허위정보 대응 보고서가 강조하듯, 앞으로의 정치는 정책 능력뿐 아니라 공정성, 설명 가능성, 근거 기반 결정, 정보무결성 같은 요소를 함께 요구받게 됩니다.
이 흐름을 이해하는 순간, 정치는 더 이상 멀리 있는 소란이 아니라 “내가 사는 사회가 어떤 규칙으로 움직이는가”를 읽는 공부가 됩니다.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있으시더라도, 개념을 잡고 구조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충분히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계속해서 한 걸음씩 같이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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